글로본, 경영진 먹튀?...소액주주들 '분통'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글로본 경영진의 행태에 소액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상호 대표가 경영권 인수 이후 약 7년 만에 매각을 시도 중인 가운데 연일 책임 의식이 결여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회사가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서도 매년 수억원대의 연봉을 챙겨갔고, 회삿돈으로 건물을 매입한 후 매년 고액의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글로본은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자가 기존 한 대표에서 에스디생명공학으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납입일은 이달 30일이다.
글로본은 당초 시타델홀딩스를 대상으로 1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시타델홀딩스는 이달 초 한 대표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법인 중 한 곳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본인 소유 주식 437만6706주 가운데 400만주를 200억원에 퀀텀리사이클솔루션(150만주), 크루즈홀딩스(150만주), 시타델홀딩스(100만주) 등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에 따라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이 상향 조정됐고, 이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 시타델홀딩스 측은 주당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글로본 측에 증자 참여를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에 글로본은 증자 대상자를 한 대표로 변경했다. 증자를 취소할 경우 벌점 등의 위험이 있어서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유상증자 철회 등 공시를 번복할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벌점을 받을 수 있다.
경영권 매각을 앞둔 한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회사 최고경영자로서 책임 의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일주일 만에 이를 번복하고 발행 대상자를 제3자인 에스디생명공학으로 변경했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2446원이 현 주가(2455원)를 살짝 밑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주가 하락 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주주들은 '사기를 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유상증자에 따라 신주를 취득할 경우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회사 주요 임원이 6개월 이내에 회사 주식을 팔았다가 매입할 경우 그 차익만큼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글로본 관계자는 "벌점 부여를 막기 위해 한 대표가 증자를 받기로 했는데 규정을 따져보니 단기매매차익 반환 조항에 따라 증자를 받는 순간 바로 규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 가운데 에스디생명공학이 투자 의향을 밝혀와서 대상자를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은 그의 과거 행보 때문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글로본(당시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적은 매해 뒷걸음질쳤고 주가 또한 2016년 6월 9650원을 고점으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탔다.
실제 인수 첫해인 2016년에는 매출액 150억원, 영업손실 58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매출액이 71억원으로 반토막났고 영업손실 역시 69억원으로 확대됐다. 2018년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며 잠깐 흑자로 전환했지만 2019년 이후부터는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글로본은 수년째 적자에 허덕였지만 한 대표는 매년 수억원대의 연봉을 주머니에 챙겼다. 한 대표는 2016년 급여 9억원과 5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했고 2017년에는 급여 12억3600만원과 퇴직금 5억6900만원을 포함해 총 18억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2018~2019년은 5억원 이하로 공시되지 않았지만 2020년에는 다시 6억1000만원을, 지난해에는 12억1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한 대표는 고액 연봉 뿐 아니라 회사 자금으로 건물을 인수해 임대 수익과 시세차익도 누렸다. 한 대표는 지난 2016년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학동사거리에 위치한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상업용 건물을 350억원에 본인 명의로 매입했다.
인수 자금은 대출금 200억원과 글로본으로부터 받은 임차보증금 150억원으로 마련했다. 이후 글로본은 이 건물로 본사를 이전해 한 대표에 연간 9억6000만원씩 임차료를 지불했다. 결국 한 대표는 회삿돈을 활용해 무자본으로 본인 건물을 매입한 후 임대 수익도 얻고 또 건물 시세 차익까지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번 글로본 인수자 측은 계약 당일 한 대표에 2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했다. 오는 30일 중도금 80억원과 다음 달 8일 잔금 100억원을 납입하면 경영권 이전이 완료된다. 양수도 대금 200억원은 한 대표가 최초로 취득한 가액인 82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 양수도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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