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교육과정, 수능은?…"계산기 도입도 고려해야"
최인선 평가원 연구위원 등 '학교수학' 논문
최근 2년 수능 수학을 새 교육과정으로 분석
"대입 개편, 단위 학교 교육과정부터 고려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지난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2023.08.13. [email protected]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한수학교육학회 학술지 '학교수학' 6월호에는 최인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연구위원 등 4명이 집필한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수능 수학 영역의 변화 방향 탐색'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은 지금의 통합형 수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면 수학 영역의 변화를 예측해 보기 위해 최근 2개년 수능 문제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2년 간의 수능 수학 문제가 현행 교육과정상의 어떤 성취기준(학습요소)을 다뤘는지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바뀌는 교육과정에 따라 동일한 형태로 출제하기 어려운 문항을 '불가'로 분류했다.
그 결과 수능 공통과목(수학Ⅰ·수학Ⅱ)에 해당하는 44개 문항 중 6개, 선택과목(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48개 문항 중 7개 등 총 13개가 '불가'로 분석됐다.
이는 해당 문제에서 다루던 내용을 모두 수능에서 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과정 내용이 미묘하게 변경돼 문제 유형·방식 역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삼각함수의 뜻을 알고 있는지 묻는 2022학년도 수학 7번, 2023학년도 수학 5번이 대표적이다. 현 교육과정에는 '삼각함수의 뜻을 알고~'라는 성취기준이 있었기에 뜻을 직접 묻는 문제를 낼 수 있었다.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해당 성취기준이 '삼각함수의 개념을 이해해 사인(sin)함수 등의 그래프를 그리고~'로 바뀌었다. 삼각함수의 뜻을 아는지 그래프 그리기 문제로 간접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 수학 시험에 계산기를 지참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2차례 수능 '확률과 통계' 27번에 모두 출제됐던 '모평균' 성취기준은 개정 교육과정에서 '공학 도구를 이용해 모평균을 추정하고~'라는 문구로 변경됐다.
연구진은 "수능 수학의 특성상 제한된 시간 내에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문항의 유형 변화와 공학적 도구, 계산기 도입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신도들이 적어 놓은 수능 소원지가 달려 있다. 2023.08.13. [email protected]
행렬은 직전 교육과정인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고교 수학에서 제외됐으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공통수학Ⅰ에 다시 실렸다. 행렬이 교육과정에 포함됐던 2016학년도 수능A형(문과)에서는 전체 30문항 중 4문항(13%)이 행렬 문제였다.
다만 연구진은 새 교육과정이 행렬 계산의 숙달보다 유용성을 강조하는 만큼 수능 문제도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 분석했다. 연구진은 "실생활과 관련된 간단한 연산 문항을 통해 행렬에 대한 이해 여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과정의 변화가 수능 체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이유는 국가 교육과정이 학교 수업 내용과 가르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스스로 택하고 학점을 따 일정 기준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과정의 헌법에 빗댈 수 있는 '총론'부터 명시돼 있다.
연구진은 "과목 선택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단위 학교별로 편성된 공통 부분을 추출하고 수능의 출제 범위를 탐색한다면, 출제 범위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2028학년도 수능 개편 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와 개정 교육과정 도입으로 학교 교육과정이 어떻게 편성될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오는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 적용되며, 이들은 2028학년도 수능을 치른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내놓기로 했으나 발표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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