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코미디로 이뤄낸 반전…'코미꼬' 김병선[인터뷰]
"개그맨 된 건 행운…실력·캐릭터 없었다"
"캐릭터 만들기 위해 스페인어 개그 도전"
"유튜브서 랜덤채팅 콘텐츠로 인기몰이"
고교 선생님 조언에 서울대 체교과 진학
소심했지만 다양한 도전하며 말솜씨 길러
글로벌 '연애 고수'된 비결 "일단 부딪쳐라"
스탠드업 코미디 꿈 이루기 위해 멕시코행
"1시간 짜리 대본으로 1만명 앞에 서겠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유튜버 코미꼬(김병선)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방송사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갑자기 스페인으로 떠나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다. 현지 TV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스페인어를 활용해 코미디 콘텐츠를 만들던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 '대박'을 쳤다.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시절, 선두에 서서 개그맨 유튜브 채널의 성공 사례를 일궈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지금 멕시코에서 다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는 '코미꼬(코미디언을 뜻하는 스페인어)'라는 이름의 유튜버로 더 유명해진 개그맨 김병선(35)의 이야기다. 뉴시스는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에서 김병선을 만나 이렇게 독특한 인생 경로를 걷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콘(개그콘서트)에 들어간 것 자체가 운이라고 생각했다. 실력이 없었다. 다름 사람들은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게 보이더라. 나는 그런게 없었다. 개콘을 잠깐 쉬고 있는 동안 페루에서 연락이 와서 행사를 했다. 스페인어를 했을 뿐인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스페인어가 내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스페인으로) 무턱대고 떠나게 됐다."
김병선은 2013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5년 정도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자신만의 캐릭터가 잡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개그맨들 처럼 뛰어난 '개인기'도 없었다. 그는 우연히 페루에서 열린 코미디 행사에 참석했다가 자신의 장기인 스페인어를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2018년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났다.
스페인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도전했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병선은 "TV 프로그램에 나간 뒤 알아보는 사람이 4명 정도 되더라. 인지도가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비자 연장을 하지 못해 출국한지 1년 만에 다시 짐을 쌀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시작한 유튜브 채널로 인해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와 스페인 문화, 스페인어 등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특히 스페인어권 국가 여성들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랜덤채팅' 콘텐츠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튜버 코미꼬는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대화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시청자들을 웃겼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이 수위 높은 농담에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점도 화상채팅에 재미를 더하는 요인이었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재치있는 '19금 드립'과 능청스러운 '플러팅(Flirting·추파를 던지는 것)'으로 단숨에 유명 인사가 됐다. 코미꼬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88만명까지 늘어났고 온라인 상에서 랜덤채팅 콘텐츠의 유행을 선도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유튜버 코미꼬(김병선)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 사옥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06. [email protected]
사실 김병선은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무작정 도전하고 시도하는 길을 걸어 왔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축구와 운동만 좋아하고 공부에는 별 뜻이 없는 학생이었다. 경호원을 꿈꿨지만 학교 선생님의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선생님이 체육반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내 인생에 첫번째 전환점이 되는 말을 해주셨다. '네가 경호하기보다는 경호받는 사람이 돼라'는 말이었다. 그런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결론은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다 학원에 다니니까 혼자서 축구도 못하고 '공부나 해볼까' 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공부가 재미있었다."
재수 끝에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제협력봉사요원에 도전했고, 페루에서 체육 교사로 2년여를 지내는 동안 스페인어를 배우게 됐다. 군 복무 후에는 교사를 준비하는게 일반적인 경로였지만 그는 '이상한' 길을 걷게 된다.
김병선은 "2년 반을 해보니까 나는 선생님을 하면 안 되는 사람 같더라. 선생님은 직업이라기보다는 봉사 같은 느낌이었다. 책임감이라는게 엄청난 직업이다. 나는 2년 반을 정말 책임감 있게 살았다. 그리고 더는 못하겠더라. 선생님이 된다면 엄청난 책임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생님의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도 우연에 가까웠다. 김병선은 고등학교 때까지 소심하고 말재주도 없는 학생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후 자신감을 얻어 발표 수업처럼 남들 앞에 서는 일을 자처하게 됐다. 전역 후에는 강사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나는 말을 더듬는데 강사는 말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돌잔치 MC도 해보고 피에로 알바도 해봤다. 그러다 개콘을 보고 있는데 신인 개그맨을 뽑는다고 해서 경험삼아 한 번 지원을 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선은 항상 단순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도전했다. 이성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길에서 계속 번호를 따라고 얘기해준다. 본인이 여자에게 말을 걸기 전의 그 두근거림과 떨림, 거절당했을 때 그 좌절감과 슬픔을 느끼다 보면 느는 것이다. 일단 부딪쳐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의 김병선을 만든 원동력은 '일단 부딪치자'는 도전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유튜버 코미꼬(김병선)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 사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0.06. [email protected]
유튜버와 개그맨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됐으니 이제는 국내에 정착할 법도 했다. 하지만 김병선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뒤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기 위해 멕시코행을 결정했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으니 멕시코 생활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유튜브에서 벌어서 코미디에 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생활인으로서 상당한 부담이 있는 도전이다.
지금까지 별 생각없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우연히 성공을 거둔 것 같다. 하지만 김병선에게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한 뒤에는 목표가 매우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목표를 여러차례 반복해서 언급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7년으로 잡았다.
"내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결국 무대에서 코미디를 하기 위해서다. 한국에는 아직 그 무대가 많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지금은 무대가 많은 멕시코에 와 있다. 나는 그냥 단순하게 많은 무대에 서야 좋은 코미디가 나온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짠 1시간짜리 '기깔나는' 대본으로 1만명 앞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게 목표로 딱 설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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