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잠행' 김기현, 거취 결단 임박…대표 사퇴·불출마 고심
이틀째 출근 안해…모처에서 거취 고민 계속
'대표직 사퇴+불출마' 전망에…울산 출마설도
'김기현 대표는 어디에'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의 문이 닫혀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공개 일정은 없었으며 국회 당 대표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르면 13일 거취 결단을 내릴가능 성이 있다고 알려 졌다. 2023.12.12. [email protected]
13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후부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날부터는 서울 성동구 자택은 물론 국회 본관 당대표실을 찾지 않았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모처에서 거취를 고민하면서 측근들과 당 안팎 인사들에게 은밀하게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주류 희생'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대표직 사퇴 ▲대표직 사퇴 및 불출마·험지 출마 등 세 가지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울산에서 5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초 내년 총선 출마를 계획했던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이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김 대표가 울산 남구을 지역구 출마론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대표직을 던지면서까지 울산 남구을에 출마할 경우 '주류 희생' 요구에 불응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정이 혁신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불이 붙은 '주류 희생' 수용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가 울산 출마를 강행하더라도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7대 총선 직전 김문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심사위원회가 당시 최병렬 당대표를 본보기로 탈락시킨 선례가 있다.
반면 김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울산 출마를 보장하는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주말 사퇴론을 꺼냈던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표직도 사퇴하고 밀려서 불출마하면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주는 게 아니라 너무 압박하는 것"이라며 "(불출마를) 결단할 경우 울산 출마는 당이 양해해 주는 타협안이 나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굳은 표정의 김기현 대표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2.11. [email protected]
당 내에선 김 대표의 발표 시점이 늦어질수록 '실기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결단이 늦어질수록 오히려 김 대표가 '딜을 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갖춰질 수 있다. 대단한 결단이 아닌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번 주 내로 대표직을 던지면서 공천관리위원회 출범도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달 중순께 공관위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공관위를 발표한다는 건 그 공관위를 통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물러나는 당대표가 공관위를 발표하고 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안철수 의원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불출마와 대표직 사퇴) 두 가지 카드 중에서 대표직 사퇴밖에는 없다"며 "그것만이 제대로 충격을 주고 여러 판세를 바꿀 토대를 마련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라디오 '오늘'에서 "총선 불출마와 대표직 사퇴를 따로 놓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하고 대표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 사퇴하고 총선 출마를 감행하더라도 주변 초선이나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에게 뭔가 해줄 수 없는 상황이면 지탄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동대문갑 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전 의원은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깔려있다고 해석하며 "김장 연대의 시작과 끝을 장 의원이 결정하는 모양새다. 그런 차원에서 김 대표도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경기 수원병에 도전하는 김용남 전 의원은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분들은 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총선 불출마를 하든 험지 출마를 하든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바에야 대표직 사퇴하고 울산에 출마하는 것이 전체 총선 판에는 지금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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