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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만에 온 역전 기회"…도전하는 '의료AI'[기자수첩]

등록 2024.03.14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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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금 한국 의료AI는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가장 뜨겁습니다. 일주일이면 성과를 내는 업체가 나오고, 새로 도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의료AI가 꼽히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헬스업계 관계자가 한국 의료AI를 전망한 말이다. 그의 말에는 현재와 다른 미래에 대한 기대가 묻어있다. 현재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글로벌을 무대로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을 선도하는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의료기기의 영역은 워낙 다양하지만 흔히 글로벌을 압축하는 단어로 업계에서는 'GPS'를 꼽는다.  글로벌 기업인 GE헬스케어, 필립스(PHILIPS), 지멘스(SIEMENS)에서 따온 말이다. 의료기기 업계에서 투자나 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GPS의 시장점유율을 확인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들은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역사 또한 앞서 있다. 일례로 지멘스는 1896년 영상진단기기의 근간이 된 X-Ray 튜브를 개발한 기업으로 헬스케어 역사만 약 130년을 넘어섰다. 일부 대기업이 의료기기 시장에서 이들을 쫓고 있으나 국내 의료진마저 익숙한 GPS에서 국산 브랜드로 변경에 소극적일 정도로 시장 반응은 냉정하다.

하지만 최근 신규 시장으로 의료AI가 부상하면서 한국 의료기기 업계에 역전의 기회가 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AI에서 파생된 의료AI는 신규 시장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글로벌 강자가 없고, 정보기술(IT) 강국의 역량을 등에 업은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딥노이드, 뷰노와 같은 기업들이 있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 사격도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서울에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을 공동 개최했다. 그 결과물로 20개국 규제기관이 AI의료제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긴밀히 협력하자는 서울선언문에 대한 업계의 기대 역시 크다. 한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AI의료제품의 규제 틀을 주도해 나간다면 우리의 기준이 세계의 기준이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의료AI 사용자인 병원과 의료진이 신기술에 거부감을 덜어내는 것이다. 안전성이 보장되고, 임상 효과가 입증된 제품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 기술은 해외에서도 택하지 않는다. 과거 탈원전 여파로 해외 원전 수주에 실패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역시 포지티브 규제보다 네거티브 규제로 의료AI를 육성해야 한다. 또 식약처는 지난달 AI 심포지엄을 기반으로 한국 의료AI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의료AI 업계 역시 지금의 성과에 취해 자만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수많은 해외 인재와 스타트업들이 의료AI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130년 만에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FDA가 한국을 직접 찾을 정도로 AI 역량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제 한국이 만들어 낸 의료AI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새 역사를 쓰길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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