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코인 살펴보니…'이런' 공통점 있다
바이낸스 신규 상장 코인들 대부분 하락
공통점은 높은 '희석시가총액(FDV)'
강세 띤 '밈코인'은 가치 희석 적어
전문가 "발행사들, 초기 유통량 늘려야"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최근 6개월간 바이낸스에 신규 상장된 코인들이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부 '희석시가총액(FDV)'이 높다는 특징을 띠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FDV가 코인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부상했다. FDV에 따라 코인 가격 추이가 달라지면서다.
FDV는 Fully Diluted Valuation의 약자로 완전 희석된 시가총액을 뜻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희석 시총'으로 불린다.
희석 시총은 현재 코인 가격에 '총 발행량'을 곱해 산정한다. 쉽게 설명하면 코인이 향후 시장에 전부 풀렸을 때 시총인 셈이다.
미국 벤처캐피탈(VC)이 사용하는 지표인 '완전희석주식(Fully Diluted Shares·FDS)과 유사한 개념이다. FDS는 회사가 보유한 우선주와 전환 가능 채권, 스톡옵션 등이 전부 보통주로 변환된 것을 전제로 계산한 전체 주식 수다. 미국 VC는 투자 전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 위해 FDS를 활용한다.
코인 평가에 희석 시총을 도입한 배경 역시 실제 가치를 가늠하기 위함이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평가 지표인 시가총액(Market Cap·MC)만으로 코인의 가치를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은 현재 시장에 풀린 유통량에 가상자산 가격을 곱한 값이다.
이는 코인 락업 일정에 따라 시장에 풀린 유통량과 총 발행량에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통상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초기에 총 발행량의 10~20%만 유통한다. 나머지 코인은 평균 3~4년에 걸쳐 시장에 푼다.
희석 시총 높은 코인은 '폭탄'?
비트코인 상승 동력인 '반감기'와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 유통량이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는 공급 충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입증된 호재'로 여겨진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반감기 이후 6개월 동안 평균 348% 상승했다.
가상자산 분석가 피더는 지난 12일 코인니스오리지널 보고서를 통해 "최근 6개월 동안 바이낸스에 상장된 코인들 대부분은 희석 시총이 크고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다"며 "이들은 가격 상승을 이끌 초기 유통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두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가상자산 VC 드래곤플라이캐피탈이 공개한 바이낸스 상반기 상장 코인 등락률 추이를 살펴보면 해당 코인들 모두 상장가 기준으로 하락 곡선만 그렸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69.58%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밈코인이 강세를 띠었던 배경 역시 희석 시총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밈코인은 신규 상장 코인들과 달리 초기에 총 발행량 100%를 유통한다. 향후 희석될 가치가 적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인 발행사들, 초기 유통량 늘려야"
바이낸스리서치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코인들의 초기 유통량 평균 비율은 약 13%로 집계됐다.
초기 유통량이 낮으면 가격 변동성은 높아진다. 희석 시총이 높은 코인이 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받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급등락을 반복했던 월드코인(WLD)의 초기 유통량은 전체 발행량의 2%에 불과하다. 파일코인(FIL)과 인터넷컴퓨터(ICP)도 초기 유통량이 극도로 낮아 가격 변동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성과 올바른 가격 형성을 위해 초기 유통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낮은 초기 유통량에 따라 코인 가격이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피더는 "바이낸스에 상장된 높은 희석 시총의 코인들은 폭락 이후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는 이미 시장에서 위험한 신규 코인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10% 미만의 초기 유통량은 너무 낮다. 코인 발행사들은 초기 유통량이 많아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치 있는 코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코인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길은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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