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기획부, '저출생 코리아' 끝낼까…"예산·사업 범위가 핵심"
전략·기획에 방점…예산 사전 심의권 가져
"예산 사업 범위 좁히면 유명무실해 질 것"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제47회 맘앤베이비 엑스포가 열린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육아 용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2024.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인구 정책을 총괄할 신설 부처 '인구전략기획부'의 밑그림이 나오면서 급락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설하는 부처의 사업과 예산 권한을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저출생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도,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2일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보면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해 부총리급 기획 부처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7명으로 지난 2015년 1.24명 이후 내리 감소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1.0명대가 무너졌다. 통상 출산율이 높은 올해 1분기 출산율의 경우 0.76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0.8선 아래로 내려왔다.
현재 저출생 관련 정책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지만 자문기구라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 보고서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를 보면 "자문위원회라는 조직 특성의 한계로 인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며 "정책 심의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고 평가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우선 장관을 '사회부총리'로 격을 높였다. 경제부총리와 함께 우리나라에 2명밖에 없는 부총리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저고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이라 사실상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부위원장이 역할을 했는데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권한을 갖기에는 위상이 약했다"며 "이번엔 위치를 부총리로 해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직은 보건복지부 등 기존 부처를 통폐합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가 담당을 하되 전략 기획과 조정의 역할을 인구전략기획부가 맡는 식으로 돼있다.
유 교수는 "저출생 관련 부처가 복지부, 교육부, 여가부, 고용부, 국토부가 있다 보니 각 부처 사업을 다 모아서 인구부로 만들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전략을 세우는 총괄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인구전략기획부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예산이다. 저출생 관련 예산의 사전 심의권을 인구전략기획부가 갖고, 기획재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구전략기획부 심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정부 부처면 사업을 해야 하는데, 어떤 사업을 가져와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지난번 저고위에서 발표한 내용 중심으로 예산을 심사해서 사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는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분야를 설정했다.
유 교수는 "예산에 대해서는 아직 기재부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명확하게 정해지진 않고 부처간 협의를 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들어서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산을 담당할 수 있는 사업 범위를 넓게 할수록 인구전략기획부에 힘을 실어주는 게 될 것이고, 협소하게 하면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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