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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 "크립토, K-자산으로 자리잡아야"[인터뷰]

등록 2024.07.31 06:00:00수정 2024.07.31 1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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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인 투자 허용' 환경이 사업의 시작

"잃지 않겠다는 DNA가 강점"…매년 흑자 기록

글로벌 확장 본격화…외국인 채용 50% 확대 예정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0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한국은 반도체, 스마트폰, 게임, 영화, K팝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한 나라입니다. 이 성공의 역사를 이어갈 다음은 가상자산(Cryptocurrency)이 될 것입니다."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를 창업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이퍼리즘은 지난 2018년 1월 설립된 국내 가상자산 금융서비스 기업이다. 전세계 법인과 적격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창업 이후 현재까지 매년 흑자를 기록한 덕에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숨은 강자'로 평가받는다.

하이퍼리즘이 7년 가까이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 비결은 일본과 한국 두 곳에 튼 둥지다. 본사를 일본에, 자회사를 한국에 각각 두면서 아시아 기반을 더욱 빠르고 두텁게 쌓아간 것이다. 서울대 후배이자 동업자인 이원준 공동 대표와 합이 맞았던 것 또한 투트랙의 효율성을 높였다.

오 대표는 "창업 직전인 2017년은 가상자산 거래량과 가격이 급증하던 이른바 '불장'이었다. 이를 보고 가상자산 전문 투자 회사를 시작하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때마침 이원준 대표와 이에 대한 뜻이 맞아 하이퍼리즘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본사가 일본인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의 시작은 도쿄였다. 한국인 창업자 두 명이 바다를 건너야 했던 이유는 법인 투자 가능 여부 때문이다. 하이퍼리즘 창업 당시 일본은 법인 및 기관 투자자가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합의가 갖춰져 있었다. 반면에 한국은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금지돼 있다.

오 대표는 "회사에 처음으로 돈을 맡긴 투자자가 한 일본 은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당시에는 우연의 일치로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우연이 아니었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가능한 일본 환경 덕분에 현지 은행이 우리에게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동시에 영위한 만큼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기형적 구조도 짚었다. 시장에 전문 투자법인이 제외된 탓에 사업 환경과 제도가 개인 투자자와 연관된 가상자산 거래소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처음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역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가운데 가장 높은 영향력을 차지하는 거래소 특성에 맞춰 규제가 마련됐다.

오 대표는 "기존 금융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 투자 시장이 있으면, 기업 투자 시장이 있다. 간접 투자 시장과 펀드 시장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복합적인 환경이 형성돼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데,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기형적으로 개인 투자에만 쏠려있다. 일본 뿐 아니라 미국과 홍콩에서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출시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가 지난달 27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04.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오상록 하이퍼리즘 대표가 지난달 27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04. [email protected]

하이퍼리즘이 넘어선 것은 국내 환경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크립토윈터(가상자산 혹한기)를 초래했던 FTX 파산과 테라-루나 폭락사태도 극복한 이력이 있다. 비결은 '로우 리스크 미들 리턴'(저위험 중수익) 전략이다. 잃지 않는 것이 수익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워렌 버핏의 원칙이 오버랩된다. 그렇게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매출 규모는 국내 주요 원화거래소와 견주는 수준이다.

오 대표는 "가상자산 업계에 7년 가까이 있으면서 FTX와 테라 사태를 비롯해 많은 일을 겪었다"며 "이를 모두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은 '돈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회사의 DNA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운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 일본뿐 아니라 미국, 태국,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다양한 국가의 회사와 은행, 증권사, 패밀리 오피스 등과 장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고객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외국인 직원 비율도 15%까지 늘렸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인력 50%를 외국인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아시아를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회사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오 대표는 "아시아에 오피스를 두고 있지만 전세계 가상자산 산업에 녹아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외국 인력과 인재를 채용해서 가상자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09학번)를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서울지점,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도미누스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M&A 자문 및 투자 실무를 맡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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