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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일"…美 '주간거래 취소' 자율조정 법적 쟁점은

등록 2024.08.12 15:54:56수정 2024.08.12 16: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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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자율조정 권고…모니터링할 것"

증권사 "서버 증설, 인프라 요청 外 역할 제한적"

"전례 없는 일"…美 '주간거래 취소' 자율조정 법적 쟁점은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6300억원 규모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 일괄 취소 사태가 자율조정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법상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직접 피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증권사들이 거래소 데이마켓 거래 유의사항을 미리 충분히 안내하고 고객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등이 법적 쟁점이다.

1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식 주간거래를 중개 중인 19개 증권사들은 자율조정을 위한 민원을 접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처리 방향이 정해진 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거래체결시스템 셧다운으로 증권사들이 지난 5일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를 일괄 취소한 사안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자율조정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통상적으로 금감원은 자율조정에 대해 금융사와 민원인이 자율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도록 권고하는 절차로 금융사가 사실관계 확인과 민원 해결을 위해 민원인과 접촉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절차는 14영업일, 주말·공휴일을 제외하면 약 3주가 소요된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연장도 가능하다. 자율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금감원에서 민원사항을 검토하는 데 별도 처리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법적 쟁점은 민법상 배상 기본 원칙은 간접 손해가 아닌 직접적인 손해가 대상이라는 점이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대다수는 시스템 중단으로 주문을 못해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직접 피해라기보다는 간접 피해에 해당한다.
"전례 없는 일"…美 '주간거래 취소' 자율조정 법적 쟁점은


롤백(주문 취소)의 경우 중개 역할을 한 증권사보다 블루오션 시스템 문제로 발생했지만 블루오션이 미국 회사로 국내 관할이 아니라서 책임을 묻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블루오션 잘못이 인정돼 증권사가 대신 선제적인 피해 구제에 나선다고 해서 증권사들이 블루오션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계약상 블루오션이 일방 취소하는 행위가 가능한지, 증권사가 중간에서 이 사실을 고객들한테 인지시켰는지도 쟁점이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계좌를 개설할 때 미국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고객들이 동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 시스템상 오류가 발견되는 등 귀책 사유가 확인되면 책임 추궁이 가능해진다. 금감원은 미국 대체거래소가 개입된 이번 사안이 선례가 없는 새로운 케이스라고 보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네이버페이가 발빠르게 결제액 환불을 결정한 것처럼 이번 사안에서도 자율조정 단계에서 증권사들의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지 관심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근거가 딱히 없는 상태에서 전향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민원 처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증권사와 투자자간 자율조정을 권고했고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자율조정 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사에 시스템상 오류나 문제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블루오션이 어느 정도 책임질 부분이 있는지도 확인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렇다 할 재발 방지 대책도 없어 거래소 문제로 주문이 취소되는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간거래 서비스를 하는 증권사들이 계약을 체결한 대체거래소는 블루오션이 유일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문이 몰리거나 했을 때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억울하고 속상할 만하다는 건 알지만 거래소가 아니라 증권사가 대응할 수 있는 건 광장히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간거래 편의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상황을 감수하고 거래를 할지 아니면 불안하니 거래하지 않을지 투자자들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미국 대체거래소에서 셧다운을 시키면 제휴 회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며 "서버 증설이나 인프라 요청을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지난 2022년 2월6일부터 미국 오버나잇 세션거래를 유일하게 지원하는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과 국내 시장 독점 계약을 맺은 삼성증권에서만 거래가 가능했다. 지난해 삼성증권 독점 계약이 끝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앞다퉈 서비스를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지난 5일 발생한 셧다운은 아시아 투자자가 주고객인 블루오션 거래시스템이 주문량 폭증으로 처리 한도를 초과해 장애가 발생한 것로 파악되며, 블루오션은 이달 말까지 시스템 보완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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