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배터리 셀·팩·모듈별 제조사 정보까지 공개 검토

단순 배터리 제조사 공개만으로 충분치 않아

배터리 안전 관련 세부 정보들 공개 나서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 외부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4.08.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정부가 전기차 화재 대책 일환으로 배터리 셀·모듈·팩별 제조사 정보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단순 배터리 제조사 공개 차원을 넘어 배터리 안전과 연관된 세부적인 정보들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부 안팎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전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차관 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에 보급되는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배터리 관련 정보는 업계 영업 비밀로 취급돼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았는데, 전기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제조사들이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다.

이미 주요 업체들은 잇따른 화재로 전기차 공포감이 확산하자 자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 중이다.

다만 이러한 제조사 공개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제작 단계별로 세분화해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는 제작 단계별로 셀, 모듈, 팩으로 나뉘며 이에 따른 제조사도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이차전지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납품하는 제품은 대개 배터리 '모듈'과 '셀'이며 최종적인 제품인 배터리 '팩'은 통상 제조업체가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팩은 자사 또는 자회사에서 생산하고 있어도 배터리 셀과 모듈은 여러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저가 제품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의 경우에도 해당 벤츠 전기차종의 배터리 '팩'은 자회사에서 생산됐다고 벤츠 측에서 강조했으나 배터리 '셀'은 중국 업체 파라시스 제품을 장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동참하고 있는 곳 총 7개 업체인데, 이 중 배터리 제조사를 제조 단계별로 모두 표기해놓은 곳은 없다.

현대차, 기아차, 볼보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배터리 제조사를 '셀' 제조사라고 명확히 분류하긴 했지만 BMW, 벤츠 등 나머지 회사들은 '배터리 제조사'라고만 표현해놨다. 

외국에서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품을 셀, 팩, 모듈까지 제조 단계별로 공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다만 미국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원산지'를 따져서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 배터리 소재에 대해 보조금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 배터리 정보 공개 요구 차원을 넘어 자국의 통상 전략으로 여겨진다.

셀, 모듈, 팩 등 배터리 단위별 제조사 정보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형체에 따라서도 배터리 안전성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같은 회사가 제조하는 제품이더라도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외부 충격에 강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배터리 안전과 연관된 세부적인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단순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구체화된 정보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배터리 정보' 수준과 범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오는 12일 전기차 화재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한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방안과 전기차 화재 진압 관련 소방 대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 초 범부처 차원의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2024.08.11. [email protected]

정부는 이날 공개한 배터리 정보 공개 권고 외에 다른 대책들도 함께 검토 중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주차장에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충전 사업자들에 권고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지상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새로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은 지상주차장을 갖추지 않은 데다 지상주차장 내 충전시설 설치는 지하주차장보다 설치 여건 면에서 좋지 않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처럼 전기차 과충전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 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이 90%를 넘으면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도록 권고하겠다는 방안을 최근 내놨다.

제조사가 출고 단계에서부터 배터리 충전율이 100%에 이르지 않도록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설정하도록 하거나, 전기차 차주가 직접 설정을 통해 배터리의 최대 충전율을 80~90%로 제한한 다음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인증서를 교부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도 화재 안전성을 고려해 전기차에 안전마진이 설정돼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과 충전율 제한으로 주행거리가 줄어 손해를 보게 될 전기차 소비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들을 검토 중"이라며 "9월 초 세부 대책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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