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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학회 첫 女이사장…"환자 삶의질 높이는 촉매제 될 것"[인터뷰]

등록 2024.08.19 06:01:00수정 2024.08.19 07: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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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선영 대한암학회 신임 이사장 인터뷰

"50년 전 초심으로 암환자 중심 학술활동"

"전문학회와 암 예방·조기발견 방안 강구"

"더 많은 환자위한 효율적 치료비 지원을"

[서울=뉴시스]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연세암병원 제공) 2024.08.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연세암병원 제공) 2024.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 전이성·재발성 암 치료와 연구의 권위자인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위암·간암·폐암 등 다양한 암 질환 관련 전문학회를 아우르는 대한암학회 이사장이 됐다. 대한암학회 50년 역사상 여성 의학자가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 6월 취임한 라 이사장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모처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50년 전 암학회가 생겼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암 환자를 중심에 둔 학술 활동을 하려 한다"면서 "암 환자들이 다학제 진료(여러 과 협진)에 기반한 최선의 치료를 받아 생존률 뿐 아니라 삶이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라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학회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실무 감각을 익혀왔다. 연세암센터 임상강사(펠로) 때부터 매년 학회에 참석 해왔고 2010년부터 학회 산하 여러 위원회의 위원과 이사로 활동해왔다. 2016년부터는 상임이사로 총무·학술·보험 위원장을 맡아 학회의 중심에서 실무를 책임져왔다.

인류가 암과의 전쟁을 벌인 지 100년이 지났지만 암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아직 정복 대상이다. 라 이사장은 2년의 임기 동안 인공지능(AI)·디지털 병리학 등의 도입으로 바뀌고 있는 암 연구와 진료 환경에서 변화하는 IT기술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기본 틀을 바꿔 젊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끌어 낼 계획이다.

그는 "암 환자의 예방부터 완치까지, 연구의 기초부터 임상까지, 의학박사(PhD)와 의사면허소지자(MD), 산학연 전체를 보듬는 대한암학회가 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라 이사장은 항암 치료와 연구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온 여성 의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암협회가 암 연구를 시작하는 세계의 젊은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국제 신임연구자 장학금'을 국내 의사 중 처음으로 받았다.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30년 가까이 연구 내공을 꾸준히 쌓아온 결과 1996년부터 현재까지 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만 무려 450편 가량(공저 포함)에 달한다.

다음은 라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연세암병원 제공) 2024.08.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연세암병원 제공) 2024.08.19. [email protected].

-대한암학회의 국내외 위상은 어떤가요?

"학회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기념학술대회 등 행사를 가졌습니다. 아시아 암학회를 통합한 AOS(Asian Oncology Society)의 주도 기관이기도 하고요. 2025년 AOS학회 유치와 함께 아시아의 암 진료와 연구·교육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 일본임상종양학회(JSCO), 중국암학회(CACA), 한중일 암연구체(FACO) 등과의 활동을 통해 아시아의 선도 기관으로 위상을 굳혔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와 긴밀한 교류를 통해 매년 AACR-KCA 공동심포지엄을 열고 있죠.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종양학회(ESMO) 등과도 교류하고 있습니다."

-암 치료율은 많이 향상됐지만, 암 환자는 계속 늘고 있고 국가적으로 치료비 지원도 막대한데요. 앞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회무를 보실 예정이신가요?

"그동안 진행성 암의 치료율을 올리기 위해 항암 치료에 좀 더 중점을 뒀다면 향후 50년은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다학제적 접근으로 여러 학회와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또 효율적인 치료비 지원, 즉 급여 정책의 효율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정부에서 다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와 환자가 같이 부담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년에 우리나라가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데요. 국가 차원의 노년기 암 대책에 대해 제언해 주신다면요.

"모든 암 분야에서 노인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현재 노년내과가 있어 일부 담당하고 있지만, 외과계, 내과계, 완화의료,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노년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하고, 암을 집중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서울=뉴시스]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연세암병원 제공) 2024.08.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연세암병원 제공) 2024.08.19. [email protected].

-최근 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요.

"지난 20년간 해온 전이성 위암의 특성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암의 복막 전이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분야여서 위암의 복막전이 유래 세포주(체외에서 대량 배양이 가능한 세포)와 오가노이드(실제 장기를 단순한 형태로 만든 인공장기)를 활용해 특성을 확인하고 신약 스크리닝을 하고 있습니다. 중개 연구로는 최근 위암에도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된 표적·면역항암제들의 최적의 환자 선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 표지자 이외의 최신 기법인 RNA 유전체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최신 약제들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환자군 선정을 위한 연구입니다."

-최근 항PD-1 면역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임상 3상 연구(HER2 음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제)를 이끄시기도 했는데요. 암학회 이사장이 아닌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과도한 기대와 오해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면역항암제는 면역표적치료제입니다. 표적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일부 환자들에서만 효과가 있고, 그 효과는 암종마다 다양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사람의 면역을 강화하는 것이므로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오인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는 약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작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가 대상 환자와 치료 약제를 선정해 적절히 사용해야 하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다학제 진료로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024년 암 유병자가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적극적인 암 치료 자세와 ‘암 이후의 삶’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암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사형선고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갑상선 암이나 조기에 발견되는 암들의 경우 응급이 아닙니다. 진행성 암도 완치가 가능하고, 4기 재발·전이암이라도 장기 생존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죠. 이를 바탕으로 환자가 암에 휘둘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진과 학회는 각 환자가 병과 시기에 따라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계획하게 도와줘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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