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팔아 유동성 확보"…건설업계, 긴 불황에 생존 안간힘
고금리·공사비 상승…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건설업 불확실성↑…유동성 확보 선제 대응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건설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한 자산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통해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침체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건설경기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잇따라 무산되고, 신규 수주 가뭄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2를 기록하는 등 침체한 건설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건설 수주와 건설 투자는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 6월 열린 '2024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건설 수주는 지난해보다 10.4% 감소한 170조2000억원, 건설 투자는 1.3% 줄어든 302조100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고금리에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진행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공사비 상승으로 선별적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수주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또 민간 수주는 토목과 건축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전년 대비 16.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에도 나섰다. GS건설은 세계적인 수처리 기업인 자회사 'GS이니마'의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전체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핵심 사업 부문 중 하나인 GS이니마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모두 넘겨 부채비율을 축소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GS이니마의 기업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지 않고도 최소 1조6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월 레저사업 부문을 매각해 18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같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경기 여주시 자유CC(18홀), 경기 여주시 트리니티클럽(18홀) 등을 매각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수원의 '힐스테이트 호매실' 지분 일부를 매각해 900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5년 만기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방식으로 보유 지분 22%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또 태영건설은 최근 SK그룹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에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DDI가 태영빌딩 인수 목적 사업비를 2537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감안하면 약 2500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함께 디아너스CC 골프장도 강동그룹에 매각하고, 알짜 자회사인 '에코비트 매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력사업이었던 주택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오히려 유동성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 및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및 건설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건설기업은 유동성 및 재무안정성 관리, 기술 투자를 통한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 지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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