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추진에도…의료계는 싸늘, 왜?
정부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 신설 추진
"과학적 추계 필요하지만 선후관계 바뀌어"
"보정심서 의사 수 최종 결정 실효성 의문"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7월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7.03. [email protected]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 기구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 분과별 위원회로 구성되고 위원회별로 전문가 10∼15명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적정한 의사 수를 추계하는 분과의 경우 위원의 절반 이상을 의사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채울 방침이다.
의료계는 의사 수 추계 기구를 통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현재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된 후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기존 3058명에서 약 50% 증원(1509명)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4567명)을 발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의사 등 의료인 적정 인원을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해온 만큼 과학적으로 추계할 기구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결정한 후 얘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중단해야 의사 수 추계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잘못된 의대 증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 변화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잘못된 의대 증원을 사과하고 중단해야 다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2025학년도·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유예한 뒤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인 추계를 거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가 의사 증원 규모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최종 결정하도록 한 것을 두고 의사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변인은 "위원의 절반 이상을 의사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채워 의사 수를 논의해 제안해도 보정심에서 의사 수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대로 의사 수 추계 기구 만들겠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의료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2월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직전 보정심을 개최해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한 것을 두고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고 반발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후 의사 수 추계 기구 신설을 발표한 것은 결국 인력 수급 논의도 없이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