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한강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지정…사실 아냐"
도내에서 해당 도서 폐기한 학교도 1개교 2권에 불과
[서울=뉴시스] ‘2024년 노벨 문학상’ 영예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작가. 2024.10.10.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소설책을 유해 도서로 지정 후 이를 폐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도교육청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경기도내에서 해당 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한 적이 없으며, 도내 초중고에서 이를 폐기한 곳은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 고등학교 1개교에서 2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2월22일 도교육청 평생교육과는 공문을 통해 성교육 도서 폐기현황을 파악했다.
이는 일부 학부모단체가 도서관에 비치된 음란물 도서에 대해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내용의 민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였다.
다만 도교육청은 당시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특정 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지는 않고,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다룬 관련 기사들을 첨부했다.
당시 언급됐던 기사들을 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별도로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 명단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후 도교육청은 국회의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을 제출 요구에 앞서 파악한 자료를 보냈다.
도교육청이 국회에 보낸 자료를 보면 도내 모 사립 고등학교 1개교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권만 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지정한 것도 모자라 이를 마치 불온도서인 것처럼 간주하고 폐기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사태 진화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정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입장문에서 도교육청은 "도서에 대해 각 학교에서 학부모가 포함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판단을 통해 자율적이고 균형적인 관리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서는 학교도서관운영위 협의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 결과 각급 학교에서는 학교도서관운영위를 통해 폐기 도서를 선정했고 한 학교당 1권 정도인 약 2500권이 학교도서관에서 폐기됐다"고 부연했다.
도교육청은 "이 가운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은 1개 학교에서 2권만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교육청은 초중고 각급학교가 교육적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통해 도서관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1일 '경기도교육청에 '채식주의자' 관련해 민원 제기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2528권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라며 폐기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극찬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조속히 초·중·고 도서관에 다시 배치하고,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교육청으로 민원신청이 완료됐다는 내용이 담긴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지난 5월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기도 학교도서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에 따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의 '구의 증명',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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