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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마을로 떠나는 가을 ⑤해남 '해창주조장'

등록 2024.10.13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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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 '해창주조장'의 '명품 막걸리' 3종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해남군 '해창주조장'의 '명품 막걸리' 3종 *재판매 및 DB 금지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시인 박목월(1915~1978)의 시 '나그네'(1946)다.

'수확의 계절' 가을, 풍요로움과 행복감이 담긴 구절이 바로 '술 익는 마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그런 마음으로 '술 익는 마을을 찾아'를 테마로 '10월 가볼 만한 5곳'을 선정했다.

"이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여행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미쉐린 3스타'를 부여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술을 사랑한다면 이들이 그런 곳이다.

단,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에 숙박하자.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전남 해남군 해창길 '해창주조장'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1927년 일본인 시바타 히코헤이씨가 문을 열었다. 광복 후 장남문씨, 황의권씨가 차례로 맡아 약 30년 가까이 운영하다 2007년 오병인 대표가 인수해 오늘에 이른다.

이 집은 '9도' '12도' 등 시중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은 막걸리가 주력 상품이다.

그만큼 발효 시간이 길고, 추가적인 공정이 들어간다.

전통주는 발효 단계(한 번만 발효시킨 '단양주'부터 이를 '밑술'로 삼아 '덧술'을 반복해 2회 발효시킨 '이양주', 3회 발효시킨 '삼양주', 4회 발효시킨 '사양주'로 구분)가 많을수록 고급 술로 평가한다. '해창 9도'와 '해창 12도'는 삼양주, '해창 18도'는 사양주다. 

이 집 막걸리가 '명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그뿐만 아니다.

재료도 특별하다. 해남군에서 재배된 '유기농' 찹쌀에 멥쌀을 일부 섞어 만든다. '8 대 2' 비율이다. 찹쌀 본연의 은은한 단맛이 인공 감미료를 대체한다.

가격은 비싸다. 시기별 한정판인 '해창 18도'가 양조장 출하 가격만 11만원이다.

이 대목에서 누구나 입이 떡 벌어지겠지만, 그건 약과다. 2022년 출시했던 '해창 아폴로'는 무려 110만원이었다. 발효에만 90일이 걸렸다. 도예가가 빚은 병에 24K 순금 한 돈으로 '해창' 글씨를 새겨 넣었다.

가격에 관한 오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1만~2만원이면 와인은 저가, 막걸리는 고가라고 여긴다. 왜 우리 막걸리는 와인처럼 팔 수 없나? 우리 술에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만화 '식객'의 허영만 화백,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팬이다.
전남 해남군 '해창주조장'에서 유기농 찹쌀을 주재료로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해남군 '해창주조장'에서 유기농 찹쌀을 주재료로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재판매 및 DB 금지


주조장 내 일본식 가옥의 외형을 간직한 살림집과 아담한 정원 또한 매력적이다.

고객이 자유롭게 둘러 볼 수 있는 약 2500여㎡(약 756평) 정원은 수목 40여 종이 채운다. 요즘엔 울긋불긋 가을빛으로 가득하다. 수령이 약 700년이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 배롱나무와 역사의 대화를 나눠보자.

입구 마당의 명차 '롤스로이스'도 눈여겨볼 일이다. 오 대표의 '막걸리 자부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한때 해창 18도는 이름이 '해창 롤스로이스'였고, 라벨엔 허 화백이 그린 롤스로이스 그림이 들어있었다.
전남 해남군 고산 윤선도 유적지 중 '녹우당'과 은행나무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해남군 고산 윤선도 유적지 중 '녹우당'과 은행나무 *재판매 및 DB 금지


주변 관광지는 역시 고산 윤선도(1587~1671) 유적지다.

그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이자 문신이다. 고향은 한양이지만, 당파 싸움에 휘말려 이 지역에서 오랜 시간 유배 생활을 했다. 덕분에 "해남"의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

해남군 덕음산 남서쪽 기슭에 그가 거주했던 '녹우당'을 중심으로 '고산사당' '어초은사당' ',백련지' 등이 자리한다. 풍수지리상으로 해남에서 손꼽는 명당이다.

녹우당 입구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문지기처럼 서 있고, 뒤편으로 비자나무 4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고산 윤선도 유물 전시관'도 지척이다. 지상의 전통 한옥과 아트리움, 지하 전시관으로 이뤄졌다. 201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윤선도이 증손자로 조선 시대 유명 화가이기도  한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국보) 등을 전시 중이다.

해남군 문내면 명량로에는 '우수영 관광지'가 있다.

'명량대첩 기념 공원'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 전시관' '명량 해상 케이블카' 등이 자리한다.

강강술래길을 걸으며, '울돌목'의 회오리치는 급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이순신 장군(1545~1598)이 이룬 '명량 대첩'(1597)이 떠오른다.

이를 기념한 '명량대첩 축제'는 18일부터 20일까지 이곳에서 거행한다.
전남 해남군 두륜산 고계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완도군 다도해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 해남군 두륜산 고계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완도군 다도해 *재판매 및 DB 금지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에는 '두륜산 케이블카'가 있다. 등산로가 없는 도계봉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케이블카에 타서 약 8분이면 두륜산 고계봉 입구 정류장에 도착한다. 거기서 고계봉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고계봉 전망대'에서는 전남 목포시, 강진군, 완도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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