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는 자충수?…"영풍·MBK 의결권만 강화"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4.10.02. [email protected]
영풍과 MBK 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를 통해 40%에 육박하는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하고 있지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상대적으로 너무 비싼 값에 사들여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자사주를 사들일수록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이 더 커지고, 상장폐지 우려가 커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영풍-MBK 연합 40% 육박 지분 확보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까지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청약을 받았으며, 목표(7~14.6%)에는 미달했지만, 총 3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윤범 회장 측 지분(약 34%)을 넘어 의미 있는 지분 수준에 도달했다.
투자 여력도 아직 남아 있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사용한 금액은 약 9173억원으로, 앞서 공개매수를 시작할 때 밝힌 최대 투자 금액의 절반 수준이다. 아직 1조원 정도의 투자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영풍과 MBK 연합은 고려아연과 동시에 진행한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영풍정밀 주가가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3만원을 웃돌면서 주식을 거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가진 회사로,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꼽혀왔다. 최윤범 회장 측은 앞서 개인 투자회사를 통해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며 가격을 주당 3만5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건물 내부 안내문에 고려아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8시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이사진들에게 통보했다. 2024.10.11. [email protected]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딜레마
하지만 당장 유통 주식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최대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의 거의 없다. 현재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 지분, 자사주(2.4%), 국민연금(7%)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장내 유통되는 주식은 18% 정도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이 오는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일 수 있는 물량은 최대로 많아야 15~18% 정도란 얘기다.
또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를 사들이더라도, 주총 표 대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기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최 회장을 도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세력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자사주 비중이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의결권이 올라간다.
만약 고려아연이 약 15%의 자사주를 사서 소각한다면, 의결권 기준으로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45%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최 회장 측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도 40%가량이 되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는 훨씬 불리해진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2조원 이상을 차입했으며, 이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도 감당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과 유통 주식 감소에 따른 상장폐지 위험도 책임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자사주를 선택했지만, 현 상황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앞으로 진행될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영풍과 MBK 연합이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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