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 "양극화 현상, 정책적 해결은 어려워"[집값 격차 사상 최대]③
"인구 감소하며 일자리·인프라 갖춰진 곳으로 편중"
"서울 토지거래허가 규제 등 정책이 전부는 아니야"
"지방에 인프라 및 교통망 확충…다주택자 인식 개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한국부동산원이 10일 발표한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0% 오르면서 2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출 규제, 단기 급등 피로감 누적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은 축소됐다. 사진은 1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4.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부동산 양극화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역대급으로 벌어지고, 지방 내에서도 입지와 교통에 따라 웃고 우는 지역이 나오는 등 지역과 상품에 따라 양상도 더 세분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등의 정책만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막을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며, 다양한 인프라 확충과 다주택자 인식 개선 등 시장 논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1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와 비아파트,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 사이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을 '탈 동조화 현상', '3중 양극화', '각개전투 시대' 등 다양한 용어로 설명한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떨어진다. 침체의 늪에 빠진 빌라, 다세대주택 같은 비(非)아파트와 아파트 간 온도 차도 크다"며 "이는 부동산이 투자 자산화되고 지역 경제 여건도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체 시장이 그런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며 "결국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요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주택으로의 교체 수요가 많아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고가거래회복이 있었다"며 "현재 주택시장은 저금리에 대세 상승기가 아니다 보니 대기수요가 많고 신축 공급희소성이 부각되거나 가격 회복 탄력성이 좋은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이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다시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을 수 있으니 추가적인 정부 규제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함랩장은 "금리인하와 전세가격 상승 흐름은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고 서울 등 가격이 단기 급등한 지역위주로 가격피로감이 쌓은 상황이기에 연말까지는 거래량과 가격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 정부도 이미 인구 소멸 우려 지역에 대한 생활인구 개선 목적의 지방 세컨즈홈 세제혜택이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집값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전문위원 역시 "집값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은 없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규제 등의 정책이 전부는 아니다"며 "또 수요, 교통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지방 신도시 육성 등은 오히려 지양해야 한다. 지방 내에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신도시도, 주변 지역도 모두 죽고 탄소 에너지만 방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 곳으로 모였다. 부동산 정책만으로 이 같은 양극화 양상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보다는 다양한 인프라 확충 및 교통망 개선과 더불어 다주택자 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결국 지방을 살리기 위해선 결국 지방에 국립 대학교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지방이전 등을 통해 지방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는 등 부동산 외적인 종합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기업 등의 경우 법인세 감면 등의 특별한 혜택이 있지 않는 이상 자발적 이전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데, 세제 감면이 과도해지면 또 세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향후는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지방의 교육 및 의료 인프라 개선, 일자리 창출 등 수도권과의 생활인구 및 인프라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노력들이 필요해 보인다"며 "다주택 중과 배제 등 미분양 주택 매입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결국 집값 양극화 현상을 조금이나마 줄일 방법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추가 인프라를 공급하거나, 이미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는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 뿐"이라면서 "다만 인프라가 이미 좋은 A지역과 안 좋은 B지역이 교통망으로 연결되면 반사효과로 A지역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 미분양 등의 문제는 결국 입지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거나, 수요가 부족한 곳에 과도한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인데, 정부의 (매입 등) 개입이 지나치게 들어가면 시장과 괴리가 생기고 잘못된 선례가 생길 수 있다"며 "또 집을 많이 지어 놓더라도 실거주, 실수요만 허용하는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임대차 시장이 오히려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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