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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떨어지는 성수대교 위령탑, 서울숲 이전 또 불발

등록 2024.10.21 09:00:00수정 2024.10.21 09: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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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30주기 맞아 이전 추진했지만 좌절

서울시·서울숲, 성수대교 시야 이유 거절

[서울=뉴시스]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 2024.10.21.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 2024.10.21.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IC)에 있는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을 서울숲으로 이전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30년 전인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40분께 발생했다. 성수대교 상부가 무너지며 당시 등교 중이던 무학여고 학생 8명 포함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서울시는 사고 3년 뒤인 1997년 10월21일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성수동 1가 685-571번지)에 위령탑을 건립했다. 유족은 성수대교가 보이는 이곳에서 매년 위령제를 열었고 성동구는 행사를 매년 지원해 왔다.

위령탑은 가로 3.7m, 세로 2.0m, 높이 4.0m로 조각은 서울대 미술대학 전준 교수가, 비문은 시인인 무학여고 교사 변세화씨가 썼다. 위령비에는 '분하고 원통할셔. 비명에 가신 이들 애닯다. 부실했던 양심 탓이로다' 등 문구가 담겼다.

위령탑은 안전사고 예방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네거티브 유산으로 2013년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일반인이 위령탑을 찾아가기는 까다롭다. 위령탑은 연간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서울숲 바로 옆에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 사이 외딴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위령탑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위령탑 건립 당시에는 도보로 접근이 가능했지만 2005년 성동구 금호동 방면에서 강변북로 진출입을 위한 램프가 설치되면서 길이 끊겼다.

이처럼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위령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다.

이 때문에 그간 위령탑을 인근 서울숲으로 옮겨 많은 이들이 참배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성수대교 참사를 되돌아보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족 중에서도 서울숲으로의 이전을 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참사 30주기를 앞두고 유족의 요구가 계속되자 성동구청은 성수대교 참사 30주기를 앞둔 지난 8월20일 서울시 교량안전과와 서울시 동부공원여가센터소장에 공문을 발송해 위령탑을 서울숲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시스]성수대교 위령탑 위치도. 2024.10.21.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성수대교 위령탑 위치도. 2024.10.21.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동구는 "현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은 성수대교 북단 IC 지점에 위치해 있어 도보로 접근이 어렵고 추모객들은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언론매체에서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유가족들도 우리 구에 위령탑 이전을 강하게 촉구함에 따라 '추모객 안전성 확보' 및 '추모공간으로서의 기능 회복'을 위해 위령탑 이전을 요구한다"며 "유가족 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일상의 공간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추모 공간을 마련해 주시길 협조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성동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난달 서울시에서 위령탑 문제를 다루는 회의가 열렸다. 서울시와 성동구 관계자들이 모인 이 회의에서는 성수대교 위령탑 이전과 관련한 유족들 요청 사항이 다뤄졌다.

위령탑을 서울숲으로 이전, 서울숲과 성수대교 위령탑을 연결하는 보행육교 설치, 현 위치에 주차시설을 개선하고 보행 안전 시설을 확충하며 화장실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성동구가 유족의 의견을 전달했지만 서울시가 서울숲으로의 이전과 보행육교 설치 등에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현 위치에서 주차와 화장실 시설을 개선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숲을 운영하는 서울시 동부공원여가센터도 성동구에 위령탑 이전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동부공원여가센터는 서울숲에서 성수대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유족이 원하는 한강변 언덕 쪽에 위령탑을 옮길 경우 산림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 등 이유를 들어 위령탑 이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위령탑의 서울숲 이전은 19년 만에 다시 불발됐다. 2005년 무학여고 전·현직 교장 4명이 위령탑을 서울숲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엔 유족이 성수대교 사고 현장이 보이는 현 위치에 존치할 것을 희망해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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