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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걸을 만한 11월 낙엽길이야!" ②평창 오대산 선재길

등록 2024.10.28 06:01:00수정 2024.10.28 06: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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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선재길' (사진=강원 평창군) *재판매 및 DB 금지

'오대산 선재길' (사진=강원 평창군)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는 여름이 유난히 길게 이어졌다. 그런 탓에 나뭇잎이 늦게서야 가을 색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겨울은 왜 이리 서둘러 오는 것인지. 홍엽(紅葉)은 미처 만산(滿山)하지 못한 채 이른 북풍에 하나둘 지고 있다.

하지만,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만추'(晩秋)엔 이 또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인 겸 문학 평론가 레미 드 구르몽(1858~1915)이 시 '낙엽'에서 '시몬'에게 "좋으냐?"고 물었던, 길에 쌓인 낙엽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낙엽 위 걸음마다 신발을 넘어 느껴지는 감촉, 그리고 낙엽 하나하나가 마치 올 한 해 내가 보낸 시간의 편린(片鱗)인 것과 같은 착각까지 다 그렇다.

그런 곳을 찾고 싶은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한국관광공사가 '11월에 가볼 만한 5곳'을 꼽았다. 바로 ‘낙엽 밟으며 걷는 길’들이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낙엽 밟는 소리에서 나오는 고주파가 정신을 맑고 상쾌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곳으로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선재길' 만한 곳도 드물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엔 가을이면 낙엽이 쌓이고, 또 쌓이기 때문이다.

약 10㎞ 거리여서 가깝지는 않으나, 길이 평탄해 성인이라면 쉽게 걸을 만하다.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 현판이 걸린 월정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절의 자랑이자 국내 '3대 전나무 숲' 중 하나인 '월정사 전나무 숲' 속으로 길이 펼쳐진다.

이 숲에서 종자를 가져다 조림한 것이 바로 현재의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이다. 그 부모인 셈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월정사 전나무 숲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숲길 끝에 월정사가 있다. 절 옆 오솔길로 접어들어도 되지만, 이왕이면 경내로 들어가 '평창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석조 보살좌상'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정교한 석탑과 그 앞에 공양을 올리는 듯한 자세의 보살상이 쌍을 이룬 모습이 흥미롭다. 본래 둘 다 '국보'인데 보살상은 경내에 있는 건 복제품이다. 진품은 '월정사 성보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전나무 숲길에서 몸을 풀었다면,  절을 나서 '본 구간'에 돌입하자. 오솔길이 9㎞ 정도 이어진다.

늦가을엔 수많은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켜켜이 쌓여 '낙엽 카펫'이 된다. 그 덕인지 오래 걸어도 피로하지 않을 정도다.
'오대산 선재길' (사진=강원 평창군) *재판매 및 DB 금지

'오대산 선재길' (사진=강원 평창군) *재판매 및 DB 금지


선재길은 자연 속에 역사가 어우러진 길이다. '산림 철길' 구간을 시작으로 '조선 사고길' '거제 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 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을 만들었다.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선재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여러 다리가 나타난다. 돌다리, 나무다리, 출렁다리, 섶다리 등 재질도, 형태도 다양해 흥미롭다.

다리들은 선재길과 도로를 잇는 역할을 한다. 코스를 완주하기 힘들다면, 다리를 이용해 도로로 빠져나와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도록 한다.

상원사에서 선재길이 끝난다. 잠시 쉰 다음 상원사를 둘러보자.

월정사보다 높은 곳에 터를 잡아 전망이 시원하다.

경내엔 국내에 현존하는 종 중 최고(最古)인 '상원사 동종'과 경배 대상으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 동자상인 '목조 문수동자좌상 등 국보도 있다.
상원사 경내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상원사 경내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오대산엔 '만추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한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방아다리 약수터'를 중심으로 조성한 자연 체험 학습장 '밀브릿지'다.

이곳에 들어서면 울창한 전나무 숲이 반긴다. '산림 왕'이라고 불렸던 고(故) 김익로씨가 수십 년에 걸쳐 가꿨다.

숲속에 지어진 수수한 건축물들이 매력을 더한다. 숙소, 카페, 갤러리 등이다.

하룻밤 묵으며 숲을 온전히 느껴도 좋고, 반나절 정도 숲길을 걸어도 괜찮다.

산책을 마친 뒤엔 '방아다리 약수'로 갈증을 달래보자. 조선 시대에 발견된, 유서 깊은 물이다. 주변이 '디딜방아 다리' 형상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탄산, 철분 등이 함유돼 물맛이 특색 있다.

밀브릿지는 유료 시설이어서 입장료(성인 3000원)가 있다.
'밀브릿지' 가을 풍경 (사진=강원 평창군) *재판매 및 DB 금지

'밀브릿지' 가을 풍경 (사진=강원 평창군) *재판매 및 DB 금지


주변 관광지로는 평창군 대관령면 '실버벨 교회'가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축물"이라고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화목 난로' '아치형 창문' 등으로 포인트를 살린 예배당 분위기가 따뜻하다.

다음은 '스테디셀러 관광지'인 '삼양 라운드 힐'(전 삼양목장)이다.

드넓은 초지와 젖소, 양 떼, 풍력 발전기가 함께 한 폭의 수채화를 대관령면 고원 지대에 펼쳐 놓는다.

거대한 목장을 따라 5개 테마, 총 4.5㎞ 목책로가 조성됐다. 해발 1140m인 정상엔 풍력 발전기가 늘어선 '동해 전망대'가 있다.

'양몰이 공연' '타조 먹이 주기' '양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체험은 물론 이곳에서 생산한 '유기농 우유'를 활용한 각종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삼양 라운드 힐'의 드넓은 초지와 양떼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삼양 라운드 힐'의 드넓은 초지와 양떼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끝으로 대관령면 '오삼 불고기 거리'다.

과거 횡계리 음식점들이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와 고랭지 채소에 귀한 돼지 삼겹살을 더해 '오삼 불고기'를 만들어 팔던 데서 출발했다.

이젠 삼겹살은 흔해지고, 오징어가 더 귀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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