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완성차, 불확실성 커진다[트럼프시대 산업계 영향]
트럼프 "지원법, 나쁜거래"…韓 반도체, 파장 커질까
K 배터리, 운명의 기로…'보조금 삭감' 여부 주목
"美 사업 속도 낸다"…현대차 '트럼프 인맥' 풀가동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인사하고 있다. 2024.11.06.
트럼프 "지원법, 나쁜거래"…韓 반도체, 파장 커질까
이런 가운데 미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겪을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면 바이든 정부가 시행 중인 반도체 지원법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며 정면 비판했다. 그는 지난 7월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우회적으로 반도체 지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지원법 폐기 의사까지 직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각각 64억 달러(9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 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까지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원자재비 및 인건비가 급등해 비용 부담이 크게 올라, 보조금 지원이 없으면 미국 공장 건립 부담은 한결 더 커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로 볼 때, 반도체 지원법이 폐기되지 않더라도 지원 규모가 대대적으로 축소되거나 지원 조건이 상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 재집권시 지원법이 지속될 수 있지만 보조금 수혜 조건의 추가와 동아시아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 축소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고관세' 정책도 펼칠 예정이다. 보조금 없이 해외 기업들의 공장 유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미국 진출 필요성이 큰데, 높은 관세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현지에 추가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만큼 향후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 또한 늘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현재보다 심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에 미칠 리스크는 적지 않다. 인텔 등 자국 기업에 유리한 지원 정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 정책도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부정적인 면이 더 클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를 가했는데, 2기 집권시에는 이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지정되면서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대중 제재 강화 차원에서 동맹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VEU 지정을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도 높은 만큼 트럼프 2기의 대중 정책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기업들이 관련 정책에 맞춘 대책을 빨리 세우는 게 관건"이라며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K 배터리, 운명의 기로…'보조금 삭감' 여부 주목
AMPC는 미국에서 첨단 기술로 배터리 등을 생산하면 기업에게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시작된 AMPC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는 현지 매체를 통해 AMPC 대신 관세를 부과하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도록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APMC를 폐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조업 부흥 정책을 위해서는 AMPC를 완전히 철폐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들린다.
K-배터리의 미국 공장이 공화당 우세 지역에 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지자의 일자리를 축소할 수 있는 정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해당 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인사들도 한국 배터리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 차량 지원 축소는 우려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 후방 산업인 배터리 기업의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넘기는 보다 어려워진다.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기회로 중국 업체 추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추과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한 대중국 통상 정책을 펼친 바 있다. K-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침투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25% 증가해 131억3500만위안(2조5505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 BYD는 미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매출을 추월한 282억달러(약 39조)를 올렸다.
북미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의 중국 배터리를 탑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 한국 배터리 기업이 고객사 확보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과거부터 거론되어 온 만큼 관련 대응책을 꾸준히 마련해왔다"며 "변화된 경영 환경에 발맞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美 사업 속도 낸다"…현대차그룹 '트럼프 인맥' 풀가동
다만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충분한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 압박을 최소화할 것이란 진단이다.
이미 일찌감치 트럼프 1기 행정부 고위 관료들을 영입한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소통은 원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완성차 업계의 관세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에 수입품에 대한 10~20%의 관세 부과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품처럼 60% 관세율은 아니어도 한국 완성차 업계가 관세 부담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최대한 활용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연산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연산 34만대)에 더해 조지아주에 구축한 연산 30만대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도 가동한 상태다. 이들 거점을 활용한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폭탄을 피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전면 폐지하진 못해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등은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간 꾸준히 소통해온 트럼프 인맥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을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대비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국방성 법제처 차관보로 일했던 로버트 후드를 워싱턴사무소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올해 1월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필리핀과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맡은 성 김 전 대사를 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인맥과의 소통도 지속해 왔다.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 최측근이자 백악관 수석대변인 출신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방한했을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 회장은 샌더스 주지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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