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쁜 거래" 지목한 반도체…대만 "자국 우선" 강조
트럼프 취임 이후…美 자국 우선주의 고조
대만 경제부 장관 "2나노는 자국보호 대상" 밝혀
미국에서 당분간 2나노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
대만·韓 반도체 향한 美 압박에 우려도 커져
【워싱턴=AP/뉴시스】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8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애리조나 주에 70억 달러(약 8조80억원)를 투자, 반도체 공장을 세워 최대 3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크르자니치 CEO가 들고 있는 것은 실리콘웨이퍼이다. 2017.02.09
특히 대만 정부는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2나노미터(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해 대만 TSMC의 미국 공장이 앞으로 어떤 공정으로,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 지 주목된다.
11일 대만 언론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입법원 경제위원회 회의에서 트럼프 재집권 이후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대만에는 자국 기술 보호를 위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현재 TSMC는 해외에서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궈즈후이 장관은 TSMC의 공급업체인 탑코사이언티픽의 회장을 지낸 반도체 업계 전문가다.
이 매체에 따르면 대만 법률은 반도체 기업이 해외에서 자국 팹보다 최소 한 세대 이상 덜 발전된 칩을 생산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TSMC는 현재 애리조나에 2개 공장을 짓고 있는데, 2나노 칩을 양산 예정인 두 번째 공장은 2028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전략이 속도를 낼 경우, 생산 로드맵을 앞당기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대만 현지에서 들끓고 있다.
이에 궈즈후이 장관은 "TSMC는 향후에는 2나노 칩을 해외에서 생산할 계획이지만, (가장 진보되고) 핵심 기술은 대만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장관의 이 같은 공식 발언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가 더 강경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비즈니스를 훔쳤는데도 우리의 보호를 바란다"며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를 정치적 문제에서 경제 문제로 치환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이는 대만으로부터 국방비 분담 등 '청구서 비용'을 더 받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트럼프의 입장은 한국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을 향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는 대선 직전인 지난달 25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앞으로 고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고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기업도 피해를 볼 수 있어 현실화될 지는 두고 봐야하지만, TSMC 등 미국 진출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로부터 다양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발판으로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해왔으나,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에 테일러 공장을 짓고 있는데 4나노와 2나노 공정을 위한 생산시설 2곳과 첨단기술 R&D(연구개발) 팹, 3D 고대역폭메모리(HBM)와 2.5D 패키징을 위한 첨단 패키징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서부 웨스트 라피엣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해 오는 2028년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만일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한 행사장에서 기사와 만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 "상황 변화로 다소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리포트에서 "트럼프 재집권시 지원법이 지속될 수 있지만 보조금 수혜 조건의 추가와 동아시아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가 축소될 우려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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