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용산 '똘똘한 한 채' 아니면 경매 재미 없어요"
지난달 낙찰가율 100% 이상 아파트 절반이 강남3구
고금리·대출규제에 강북권 수요 위축…매물 적체 지속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28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 입찰 법정에 12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렸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경매시장에서도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응찰자들이 몰리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의 경매 물건에는 응찰자들이 몰리는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물건은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도 응찰자를 찾기 어렵다.
최근 경매시장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선호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서울 아파트의 절반이 강남권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3구 내에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단지나, 지은지 3~4년된 신축 단지에 응찰자들이 몰렸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낙찰가율 100% 이상으로 거래된 서울 아파트는 총 48채로 집계됐다. 이중 강남3구의 아파트가 24채로, 전체 낙찰 물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실제 강남구 개포 주공 6단지 아파트(60㎡)는 감정가 19억원보다 약 5억7000만원 비싼 25억2600만원에, 강남구 일원동 푸른마을 아파트(60㎡) 역시 감정가를 2억5000만원 초과해 각각 낙찰됐다. 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83㎡)는 19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주택시장의 선행지표 중 하나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경매 응찰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것을 의미한다.
반면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은 약세가 두드러졌다. 노도강 지역 아파트 경매에서는 낙찰가율이 90%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이어졌다. 도봉구는 7건의 경매 중 낙찰가율이 90%를 넘긴 건수가 단 한 건에 불과했고, 전체 낙찰가율은 80%대에 머물렀다. 또 강북구와 금천구·관악구·구로구에서도 경매에 나온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이 감정가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경매시장에선 강남 등 상급지 경매 물건을 중심으로 평균 낙찰가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경매 수요가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높거나, 신축급이나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일부 아파트에만 몰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등 고가 아파트에 경매 수요가 몰리는 것은 각종 인프라를 잘 갖춰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고금리와 대출 규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경매 물건이 증가하는 가운데 알짜 물건에만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에 따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에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도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경매 물건이 증가하고, 강남과 용산 등 상급지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경매 물건이 적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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