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의 조세회피 꼼수…한국이 봉인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정작 한국에 내야 할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이윤 추구를 넘어, 한국 경제와 공정 과세 체계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판매와 앱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 구글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 등을 통해 국내에서 수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한국 법인은 운영비나 마케팅 비용 등을 과다 계상해 실질적인 이익을 축소하거나, 라이선스 사용료와 같은 명목으로 미국 본사로 수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애플코리아의 경우,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미국 본사에 대거 송금하면서, 한국에서의 법인세 납부는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매출원가율을 높여 영업이익을 줄이고, 이를 통해 법인세를 낮추는 한편, 본사로의 배당금은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애플코리아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원가율은 88.7%에서 92%로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3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납부한 법인세는 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 줄어들었다.
반면 애플코리아가 미국 본사로 보내는 배당금은 늘었다. 지난해 애플코리아가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낸 배당금은 32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배 늘었다.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이 배당금으로 송금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절세액으로 미국 본사만 잔치를 벌이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애플코리아의 조세 회피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애플코리아는 한국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특수관계를 이용해 영업이익과 법인세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에 따라 애플 제품의 이전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수익성은 한국에서 저희의 영업활동을 반영한 것"이라며 "애플코리아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앱스토어)을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라, 애플 제품을 유통 판매하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이런 애플의 행태는 국내 경제와 공정 과세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이 정당한 세금으로 환원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됨으로써 국내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정부의 세수 확보에도 차질을 빚게 한다.
이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애플은 2016년 아일랜드에서 130억 유로(약 18조원)의 세금 미납 혐의로 기소됐고, 구글도 유럽 각국에서 유사한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강력히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애플과 구글은 '배 째'란 식이다. 또 주요 서비스는 해외 법인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과세 당국에서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이 외국 기업들의 이윤 창출을 위한 나라는 아니다. 이제 말로만 글로벌 상생을 외치지 말고, 정당한 세금 납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도 한국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을 사줄 것이란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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