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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9세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움직임에…여가부 "논의 더 필요"

등록 2025.03.24 05:30:00수정 2025.03.24 0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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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친족성폭력 사각지대

13세~19세면 공소시효 적용

청소년성폭력 가해, 친족 1위

여가위서 폐지 개정안 발의돼

여가부 "시효 취지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 현재 40대인 딸을 둔 A씨는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는 "화가 난다"고 거듭 말했다. 얼마 전 딸의 뒤늦은 고백으로 경찰서를 찾은 A씨. 당시 10대였던 A씨의 딸은 자는 중 삼촌이 들어와 몸을 만졌다고 했다. 한 차례에 그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경찰서에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현재로선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현행법상 친족관계인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엔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계부, 삼촌 등에게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국회에 발의된 관련 개정안을 두고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따르면, 여가부는 친족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 등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에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공소시효란 범죄를 저지른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사의 공소권이 사라져 해당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친족관계는 4촌 이내의 혈족 혹은 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을 가리킨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13세 미만 또는 신체적·장애적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다.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죄 등을 범한다면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까지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공소시효의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계에선 이를 입법 사각지대로 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지난해 상담통계를 살펴보면, 강간 피해 상담자의 가해자 91%가 '아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이 중 친족 및 인척이 17.3%로 두 번째로 많았다. 유사강간의 경우 친족이 3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성폭력 전체를 두고 보면 청소년(14세~19세)의 경우 친족 및 인척에 의한 피해가 4.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어린이와 유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 2022년 2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다락방의 불빛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청주 여중생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2.10.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 2022년 2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다락방의 불빛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청주 여중생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2.10. jsh0128@newsis.com

여가부는 이 같은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특별지원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소한 아동·청소년 10명 중 4명이 10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 지원업무 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입소 아동청소년 316명 중 10세 이하가 36.4%로 가장 많고 11세 17.4%, 12세 14.2% 순으로 조사됐다. 13세 이하의 피해자가 전체의 78.5%를 차지한 것이다.

현행법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발의된 개정안은, 친족관계인 자가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할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여가부는 "친족 성폭력에 대한 엄벌주의에 기반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공소시효의 취지를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중 검토 입장"이라고 명시했다.

여가위는 ▲친족 성범죄의 특성 ▲기존 공소시효 배제 범죄와의 가벌성 비교 ▲공소시효가 배제되지 않는 범죄와의 형평성 ▲사회의 처벌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했을 땐 피해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어 신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친족성폭력은 친부, 계부 등 아버지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해자의 70% 이상으로, 피해자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학비 등을 받는 등 '장악력'이 오래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를 향해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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