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착신전환'으로 회사 전화 받으라고…문제 없나요?"[직장인 완생]
사무실 전화와 개인전화 연결…"퇴근 후에도 응대" 지시
직장인 60.5%는 "휴일·퇴근 후 업무 지시 받았다" 응답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착신전환, 연장근로일 가능성 커
부산 동래구, 전국 최초로 '퇴근 후 연락 금지' 조례 추진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1/12/09/NISI20211209_0000889158_web.jpg?rnd=20211209174613)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최근 한 소규모 기업에 입사한 20대 A씨. 업무를 인수인계해주던 선임은 갑자기 "막내가 왔으니 '전화 당번'에서 벗어났다"며 "앞으로 사무실에 없을 때는 꼭 착신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착신전환이란 걸려온 전화를 다른 번호로 자동 연결하는 기능이다. 난생 처음 듣는 용어에 당황하기도 잠시. 그날 퇴근 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업무 문의 전화에 착신전환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전화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는 것. 점심시간에도, 퇴근 이후에도 A씨는 맘껏 쉬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작은 회사지만 어렵게 취업한 터라 일을 잘 배우고 싶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직장인들에게 '워라밸(Work-and-life balace, 일·생활 균형)'은 영원한 숙제다. 퇴근한 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찾지만, 퇴근 후에도 휴대전화로 업무 지시를 받고 잔업을 하는 직장인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지난 2023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가 '휴일을 포함해 퇴근시간 이후 직장에서 전화, SNS 등을 통해 업무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 '휴일을 포함해 퇴근시간 이후 집이나 카페 등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24.1%가 '그렇다'고 답했다.
A씨의 사례는 이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무실에 있을 때는 외부에서 유선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무실 전화를 착신전환까지 해서 업무시간 외 근로자에게 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착신전환을 해 사무실 부재 시 업무 전화를 받으라는 지시는 정당한 걸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정당할 수도, 부당할 수도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대기시간', 즉 사업주의 지휘·감독 하에서 업무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본다. A씨에게 착신전환을 해 전화를 응대하라는 '지시'가 명백하고,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퇴근 후에도 계속해서 긴장을 하고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만일 A씨가 업무 전화에 응대하는 것이 근로로 인정된다면 당연히 사업주는 A씨에게 이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한다. 또 연장근로에 대한 A씨 동의도 반드시 구해야 한다.
다만 달리 볼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의료인력들이 당직을 위한 '호출대기'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의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 기사 등은 당직 및 콜 대기 시간에 대한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며 공단을 상대로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근로의 연장'이라고 봤지만, 대법은 "통상근무와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 사이의 근무 밀도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자택에서 연락을 받으면 몇 분 안에 출근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A씨의 '착신전환'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지 여부는 A씨가 하루 중 개인전화로 얼마나 많은 업무 전화를 받고 있는지, 전화를 받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 동래구의회는 최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조례를 추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조례가 제정되면 재난, 당직, 비상근무 등 사전협의가 있지 않은 이상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업무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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