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키움증권 또 구설
김익래 전 회장 장남 김동준 대표,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선임
해외주식 점유율 부풀리기·경쟁사 비방 등 잇단 구설
키움증권, 신뢰도 회복 난항…김 대표 출발부터 '삐걱'

키움증권 신사옥(사진=키움증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키움증권이 해외주식 점유율 '부풀리기' 의혹에 이어 미국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의 자전거래 방조 논란, 여기에 엄주성 대표이사의 경쟁사 비방 발언까지 겹치면서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2023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고 이후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각종 구설에 오르며 신뢰도 회복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부풀리기'에 경쟁사 '리딩방' 발언까지…잇단 구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발표한 IR 보고서에서 지난달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32조원, 해외주식 시장거래대금(예탁결제원 기준)은 77조5000억원이라고 작성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집계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 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예탁원은 해외주식 거래대금을 집계할 때 네팅(Netting) 방식을 사용해 순매수분만 계산하지만, 키움증권 자사의 주식거래 대금을 산정할 때 매수와 매도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10주를 사고 9주를 팔았을 경우 예탁원은 순매수 1주에 대해서만 거래대금을 반영하지만, 키움증권은 IR보고서에 매수와 매도를 합한 19주에 대한 전체 금액을 집계한 셈이다.
이로 인해 분모(전체 해외주식 거래대금)는 실제보다 축소되고, 분자(키움증권 해외주식 거래대금)는 과장돼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만약 두 지표를 단순 계산할 경우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은 41.3%에 달한다.
키움증권 측은 "IR 자료에 있는 수치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내세우지 않았다"라며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취합된 전체 외화 증권의 결제 대금 추이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보다 앞서 키움증권은 미국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의 자전거래를 방조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렸다. 지난 1월 키움증권은 리워드 이벤트인 '히어로 멤버십'을 시작한 이후, 이 보상을 노린 이른바 '체리피커'(얌체 소비자) 몰리며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이 한 달 만에 약 10%포인트가 상승해 업계 1위에 올랐다.
고객들이 해당 ETF를 반복 매매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현금 리워드를 챙기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키움증권은 이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리워드 혜택을 확대하며 해당 거래를 장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키움증권은 해당 ETF를 리워드 이벤트 대상에서 다음달부터 제외한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엄주성 대표이사의 발언까지 논란이 됐다.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그는 "토스증권 커뮤니티가 리딩방 같다는 외부 평가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엄 대표가 경쟁사의 주요 서비스를 불법 리딩방에 비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부적절한 공개 비난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해당 방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엄 대표가 경쟁사의 주요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두고 업계 내에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오너 2세 김동준 대표, 이사회 합류…'경영 시험대' 오르나
1984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남가주대(USC)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사람인, 다우기술, 다우데이타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다만 김 대표는 현재 맡고 있는 키움PE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직을 유지한 채, 키움증권에서는 비상근 사내이사로만 활동한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복수의 금융사에서 대표직을 겸할 경우 집행임원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키움증권 이사회에서 의사결정 및 감시 역할에만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선임을 두고 시장에서는 단순한 후계자 수업 차원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알리는 신호탄인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그룹 내에서 미국 시장 전문가로 평가받는 만큼, 키움증권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전략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올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현지 증권사 인수와 자체 법인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영업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키움증권은 2011년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를 세우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그룹 내에서 미국 시장 전문가로 꼽히며, 향후 키움증권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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