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엔진에 달렸다…수사는 항행시설 '조준'[제주항공참사 100일]<중>
국토부 항공사고 조사 12단계 중 6단계…조사 본격화
조류 충돌은 확인…엔진 정밀 분석, 남은 의문 풀릴까
경찰 '피해확대 요인' 로컬라이저 적정성 과학적 검증
각 공항 항행시설 대폭개선…무안공항 재개항 안갯속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단이 사고 여객기 엔진부를 크레인을 이용해 들어올려 트레일러로 옮기고 있다. 2025.01.03.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03/NISI20250103_0020650219_web.jpg?rnd=20250103143556)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단이 사고 여객기 엔진부를 크레인을 이용해 들어올려 트레일러로 옮기고 있다. 2025.01.0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박기웅 기자 = 제주항공 참사를 둘러싼 정부 공식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자 규명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기내 블랙박스에 사고 직전 기록이 없는 등 난관도 적지 않지만, 다각적 분석·검증을 통해 원인을 명확히 밝혀낸다. 경찰은 피해 확대 요인으로 꼽히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의 설치 적정성부터 따져보고 있다.
참사를 계기로 문제점이 드러난 로컬라이저 등 공항 시설 개선 사업과 무안공항 재개항 사전 준비도 시작됐다.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04.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04/NISI20250104_0020650895_web.jpg?rnd=20250104153103)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04. ks@newsis.com
보고서 작성 전 본격 조사…엔진 정밀분석 '주목'
사조위는 앞서 참사 20일 만에 현장에 남겨진 기체 부품과 잔해물을 모두 수거, 관련 전문기관에 차례로 분석을 의뢰하고 있다.
'스모킹건'으로 꼽혔던 블랙박스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에서 자료 추출·분석했으나 참사 직전 4분여 동안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사고기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에 조류가 있다"(오전 8시58분11초)는 관제탑과 교신했고, 이로부터 39초 뒤 블랙박스 기록이 대부분 끊겼다. 이로써 블랙박스로는 사고기의 로컬라이저 충돌(오전 9시2분57초)까지 급박하게 펼쳐진 참사 직전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조위는 우선 관제탑에 남겨진 당시 교신 내용과 공항 감시카메라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또 엔진에서 발견한 깃털·혈흔을 국내 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 철새의 일종인 '가창오리'와 충돌한 사실을 잠정 확인했다.
엔진 2개는 밀봉 포장을 거쳐 프랑스 엔진 제작사에 보내 정밀 분석한다. 엔진 분석은 블랙박스로 규명 안 된 조류충돌 이후 한 차례 복행 시도 여부, 랜딩기어(착륙 장치)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 등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동체 착륙 과정에서 각종 감속·제동 장치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기체 제작사인 보잉, 미 항공전문가들과 함께 정밀 조사 중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유압계 이상이나 전원 셧다운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정비 불량 또는 기체 결함이 작용한 것인지도 살펴본다.
사조위는 엔진 등 중요 검시·분석·시험을 마치는 대로 7단계 사실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발간·공표한다. 경과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모든 조사 절차를 향후 1~2년 안에 끝낸다는 게 사조위의 목표다.
이 밖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등에 대한 연구 용역도 의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기체 운행 상황 및 외부 요인,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와 교신 기록 등 수집한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하고 있다. 세부 분석과 교차 검증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2.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02/NISI20250102_0020649074_web.jpg?rnd=20250102154202)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2. mangusta@newsis.com
로컬라이저가 피해 키웠나 정밀분석…"참사 원인 다각적 수사"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있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2m 높이)은 이번 참사 피해를 키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 시설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 로컬라이저가 참사 피해를 키웠는지 검증하고 있다.
공항 내 지형지물을 스캔해 재구성하고, 여객기 탑승 인원수와 화물의 무게와 동체 착륙 이후 속도 등 사고 당시 동일한 조건을 부여해 재현하는 과학적 분석 기법이 동원된다. 로컬라이저가 참사 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한다.
로컬라이저가 이·착륙장 설치 기준, 설계 세부 지침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지도 살핀다. 운항사 측의 정비·점검 불량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착륙 시점 활주로와 공항 인접 구역의 야생동물을 쫓는 공항 차원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비롯한 무안공항·한국공항공사·국토부 등 참고인 5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현재까지 형사 입건자는 없다.
다만 경찰은 국토부 공식 조사를 통해 사고 경위와 원인이 규명돼야 수사 대상·범위가 좁혀지고, 최종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로컬라이저가 피해를 키운 요인인지, 기제 결함은 없었는지 등 두루 수사하고 있다.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점들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국토교통부는 12.29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국내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대상은 대형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과 여수공항, 김해공항 등 7개 공항이다. 국토부는 기존 방위각 시설 둔덕을 활주로 방향으로 일부 성토해 지하화(대안1)와 기존 둔덕을 제거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방위각 시설을 재설치(대안2)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25.01.22. (사진=국토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2/NISI20250122_0001756129_web.jpg?rnd=20250122134225)
[서울=뉴시스] 국토교통부는 12.29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국내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대상은 대형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과 여수공항, 김해공항 등 7개 공항이다. 국토부는 기존 방위각 시설 둔덕을 활주로 방향으로 일부 성토해 지하화(대안1)와 기존 둔덕을 제거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방위각 시설을 재설치(대안2)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25.01.22. (사진=국토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석 달만 공항 7곳 시설 개선…무안공항 재개항은
개선 사업은 무안공항부터 시작된다. 이르면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 지지대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모두 철거된다.
종단안전구역 권고기준(240m)에 못 미치는 무안(199m), 여수(208m), 포항경주(92m), 김해(236m), 사천(122m), 울산(90m), 원주(90m)공항은 활주로 환경을 재정비한다.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 도입도 해외 사례를 토대로 검토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을 총망라한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추산한 투입 재원만 3년간 2470억원 규모다.
참사 이후 폐쇄 상태인 무안공항은 로컬라이저 등 항행 시설 개선 작업, 조류충돌 방지 인력·장비 구축이 끝나야 재개항 여부가 승인될 전망이다. 사고 전부터 공사 중인 활주로 연장 공사도 올해 안에 준공된다.
다만 국토부가 재개항 계획 발표를 미루고 있고, 올해 10월까지는 항공사별 하계 정기 항공편 일정이 확정돼 재개항 시점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무안=뉴시스] 최진석 기자 =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보이고 있다. 2025.01.18. myj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18/NISI20250118_0020666653_web.jpg?rnd=20250118180016)
[무안=뉴시스] 최진석 기자 =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보이고 있다. 2025.01.18. my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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