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산불, 최악이 된 이유…기상 '악화', 대피체계 '미흡', 예측시스템 '한계'(종합)
고온건조·강한 돌풍으로 산불 확산↑
기상악화로 산불예측시스템 미가동
![[영덕=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10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어촌마을이 산불에 파괴돼 있다.주민들은 산불이 마을을 덮치던날 해경선을 타고 바다로 대피했다.2025.04.10. kgb@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0/NISI20250410_0020767571_web.jpg?rnd=20250410145824)
[영덕=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10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어촌마을이 산불에 파괴돼 있다.주민들은 산불이 마을을 덮치던날 해경선을 타고 바다로 대피했다.2025.04.10. kgb@newsis.com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경북 의성 산불 당시 최대 순간 풍속은 태풍급인 27㎧을 기록했는데, 이는 3월 기준 역대 세번째로 빠른 수준이다.
더 빠르고 강한 바람이 불었던 대형산불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4월 강원(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산불 당시 최대 순간 풍속은 35.6㎧ 였고, 2005년 4월 강원 양양군 산불은 32㎧를 기록했다.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도 이번 의성 산불과 유사한 27㎧였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경남·경북 산불이 이들 사례를 압도한다.
아직 피해 면적을 집계 중인 상황을 감안해도,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산림 피해가 났던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 면적 2만3793ha)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이번 산불이 차원이 다른 피해를 남긴 건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돌풍 등 불리한 기상 조건이 며칠간 이어진 데다 예측시스템의 한계, 미흡했던 대피체계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평년보다 6.4℃ 높았고, 영남권의 최근 4개월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강수량도 극히 적었다.
경북 지역의 상대 습도는 평년보다 15% 낮은 역대 세번째로 건조한 수준이었다.
![[산청=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과 맞닿은 경남 산청군 구곡산에 난 산불이 마을쪽으로 향하고 있다. 2025.03.27.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7/NISI20250327_0020750131_web.jpg?rnd=20250327184149)
[산청=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과 맞닿은 경남 산청군 구곡산에 난 산불이 마을쪽으로 향하고 있다. 2025.03.27. con@newsis.com
이런 탓에 안동에서 영덕까지 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약 8.2㎞로 역대 가장 빨랐고, 안전한 대피 시점을 파악할 수 없었다.
주민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려면 산불의 확산 방향과 범위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번 산불에서는 이러한 예측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불예측시스템에 여러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불예측시스템은 발화 지점과 기상 조건, 지형 특성, 연료 인자를 토대로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한다.
산불 초기에는 발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어 예측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됐으나, 풍향과 풍속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일반 평지 기준의 평균값을 적용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강해지는 바람 속도를 반영하지 못해, 예측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의성 산불이 다른 지역으로 번지기 시작한 지난달 25일 오후부터는 드론과 헬기를 띄울 수 없어 불길이 어디까지 뻗어나갔는지(화선)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산청=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산청 산불 발생 8일째였던 지난달 28일 오후 구곡산에서 황점마을 뒷산까지 번진 산불이 밤이 되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5.03.28.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8/NISI20250328_0020751678_web.jpg?rnd=20250328200510)
[산청=뉴시스] 차용현 기자 = 경남 산청 산불 발생 8일째였던 지난달 28일 오후 구곡산에서 황점마을 뒷산까지 번진 산불이 밤이 되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5.03.28. con@newsis.com
산불이 발생한 지역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인 점도 대피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고령자의 보행 속도는 일반인의 약 72%, 휠체어 이용자는 약 50% 수준에 불과한데, 이들의 대피를 도울 보조 인력과 교통수단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일례로 경북 안동에서는 산불 당시 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에서 대피할 버스가 부족해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피 정보 전달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기와 이동통신망이 끊기거나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재난문자를 받지 못해 대피 정보를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없었다.
청송군은 하루 동안 대피 장소를 네차례나 바꿔 재난 문자를 발송했고, 영덕군에서는 대피 중 산불이 확산돼 대피 장소를 다시 변경하는 등 정확한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북 산불은 5개 시·군을 넘어 확산했지만, 시·군의 경계를 넘는 대피 계획은 마련돼있지 않았다. 침엽수림에 인접한 폭 8m 미만의 좁은 도로는 산불 발생 시 복사열로 인해 매우 위험하지만, 이에 대한 파악도 미흡했다.
정부는 이번 대형산불을 계기로 주민 대피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