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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좌절감" 거액 받고 보석청탁, 전관 변호사들 2심도 실형

등록 2025.04.17 15:28:01수정 2025.04.17 17: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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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8개월~1년' 원심 깨고 징역 1년~1년6개월 선고형 상향

2심 "법치주의 뿌리 흔들고 사법 공정성 신뢰 무너져" 일침도

원심과 같은 추징금도 선고…'보석 취소' 안 해 법정구속 면피

"유전무죄 좌절감" 거액 받고 보석청탁, 전관 변호사들 2심도 실형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수감 중인 건설업자로부터 보석 허가 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성공 보수를 챙기고 '몰래 변론'을 한 법관 출신 변호사 2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법관 출신 변호사로서 법치주의의 뿌리와 형사사법 체계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유전무죄'라는 좌절감을 주는 범행"이라 꾸짖으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동욱 부장판사)는 1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A(59)·B(63) 변호사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검사 항소를 받아들여 형을 다시 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A변호사에게 징역1년6개월을, B변호사에게는 징역 1년으로 형을 다시 정했다.

수감 중 두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건설업자 대신 거액의 성공 보수를 건네 1심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법조 브로커 C(61)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A변호사 1억2000만원, B변호사 8000만원, C씨 1억4900여 만원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의 보석 결정은 취소하지 않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변호사는 선임서도 제출하지 않았고 공판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변호사로서 정상적 활동이 아닌 당시 판사와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건설업자의 사건을 잘 봐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으며 그 대가로 거액을 받은 것이다. B변호사는 범행을 제안해 역할이 가볍지 않다. 이들 모두 순차 또는 암묵적으로 공모, 범행에 이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 측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재판 절차가 공정·투명한 과정을 통한 정의 실현이 아니라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이나 연고와 정실, 극단적으로는 돈의 유혹이나 검은 거래에 의해 좌우된다고 국민들이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법치주의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형사 사법 절차 공정성 등이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서 엄벌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특히 A·B변호사를 향해 "법관으로서 재직한 경력까지 있어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더욱 크게 인식할 수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들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좌절·상실감을 안겨줄 거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임을 아울러 밝힌다"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인 A·B변호사는 2019년 12월과 2021년 1월 재개발 사업 입찰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설업자로부터 "재판장에게 청탁해 보석 석방해주겠다"며 착수금 2000만원·성공보수 2억원을 받은 뒤 다른 변호사에게 선임계를 제출하게 해 '몰래 변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변호사는 정식으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C씨는 동업자인 건설업자에게 수사·재판 과정에 각종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을 받고, 전관 변호사의 선임 과정과 보석 허가 청탁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수감 중이던 건설업자는 동업자 C씨를 통해 A·B변호사에게 돈을 건넨 뒤 당시 재판장(광주지법 근무)으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았다.

A변호사는 법관 재직 시절 건설업자의 형사 사건을 심리했던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전지법에서 함께 일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

검찰은 B변호사가 받은 2억2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A변호사에게 건넨 것으로 봤다.

또 나머지 8000만원 중 3000만원은 B변호사, 5000만원은 A·B변호사 대신 법원에 선임계를 낸 다른 변호사가 나눠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A·B변호사 측 법률 대리인은 "위법한 청탁을 목적으로 공모한 사실이 없다. 성공 보수 등 액수가 많을 뿐 정상적인 변호 활동이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C씨는 대체로 혐의 사실을 인정했으나, 전관 변호사 선임과 보석 허가 청탁 연루에 대해선 "건설업자 대신 성공 보수를 전달하는 역할이었을 뿐"이라고 일부 부인했다.

앞선 1심은 "A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형사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로서의 정상적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존 형사사건에서 받아온 수임료와 성공 보수 등에 비춰 봐도 정상적인 변호 활동의 대가로는 지나치게 거액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B변호사도 A변호사에게 보석에 관한 일을 제안하고 성공보수 금액을 정해 건설업자가 C씨를 통해 건넨 대가를 A변호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범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변호사로서 공익적 지위·의무를 도외시한 채 담당 재판장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건설업자의 보석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지만, 형사 사법 체계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 행위로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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