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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계열' 먹는 비만약 등장 임박…게임 체인저 될까?

등록 2025.04.20 06:01:00수정 2025.04.20 06: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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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고용량 경구제, 3상서 체중 7.9% 줄여

국내외 기업들 경구제 개발 중…"환자 친화적"

[AP/뉴시스]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1월 9일 한 남성이 줄자를 이용해 허리둘레를 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5.01.15.

[AP/뉴시스]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1월 9일 한 남성이 줄자를 이용해 허리둘레를 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5.01.15.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3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먹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오포글리프론 3상의 탑라인(주요 지표) 분석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유효성 및 주사용 GLP-1 약물과 일치하는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블록버스터 주사제인 'GLP-1' 약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으나,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약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표된 'ACHIEVE-1' 연구는 릴리가 당뇨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연구 7건 중 첫 번째 연구다. 해당 3상에서 릴리는 2형 당뇨병 환자 559명에게 40주간 오포글리프론 혹은 위약(가짜 약)을 매일 투여했다.

이 약의 효능 평가를 위한 1차 평가지표는 '혈당(당화혈색소·A1C) 감소'로, 오포글리프론을 매일 3㎎, 12㎎, 36㎎ 복용하는 그룹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더니 당화혈색소가 1.3~1.6% 줄었다. 위약의 0.1% 감소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1차 지표를 충족했다.
 


환자들의 체중도 최대 7.3㎏(7.9%) 줄였다. '체중 감소'는 2차 평가지표였는데,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3㎎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후 평균 4.7%(4.4㎏), 12㎎ 복용군은 평균 6.1%(5.5㎏), 36㎎ 복용군은 평균 7.9%(7.3㎏) 체중이 줄었다. 반면 위약 복용군은 평균 1.6%(1.3㎏) 감량됐다. 오포글리프론 12㎎, 36㎎ 용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적을 냈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체중 관리 목적으로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수 국내외 기업 경구제 개발 중…"환자 친화적"

이번 연구 결과는 화이자, 암젠 등 먹는 비만약을 개발하던 경쟁사들이 최근 개발을 중단한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더 주목받았다.

먹는 GLP-1이 최종적으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자가 주사해야 하는 걸 꺼려했던 사람들에게 편의성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달성한 체중 감량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현재는 먹는 GLP-1 제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가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된 상태다.

올해 1월 아이큐비아(의약품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는 오포글리프론이 내년 첫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릴리 외에 다수 글로벌 제약사도 먹는 GLP-1을 개발 중이다. 미국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먹는 비만 치료제 'VK2735'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VK2735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AZD5004'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고, 로슈는 'CT-996'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국내 기업도 먹는 GLP-1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의 먹는 GLP-1 치료제 'DD02S'는 2023년 미국 멧세라에 기술 이전됐는데, 작년 11월 북미 임상 첫 환자 투약이 완료됐다. '오랄링크'라는 펩타이드 경구화 플랫폼 기술을 통해 경구제 흡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GLP-1 약물 'ID110521156'의 임상 1상 중이다.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 약물로, 기존의 펩타이드 소재 주사제에 비해 제조 효율성이 높아 대량생산에 용이하다.

비만치료제를 활발하게 개발 중인 한미약품도 경구로 하루 한 번 투여 가능한 저분자 비만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셀트리온은 작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이 펩타이드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사제 중심인 시장에서 경구용으로 전환된다면 환자 친화적인 제형이라는 점과 가격 측면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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