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먹는 비만약 등장 임박…게임 체인저 될까?
릴리의 고용량 경구제, 3상서 체중 7.9% 줄여
국내외 기업들 경구제 개발 중…"환자 친화적"
![[AP/뉴시스]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1월 9일 한 남성이 줄자를 이용해 허리둘레를 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5.01.15.](https://img1.newsis.com/2025/01/15/NISI20250115_0000028543_web.jpg?rnd=20250115175649)
[AP/뉴시스]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1월 9일 한 남성이 줄자를 이용해 허리둘레를 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5.01.15.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3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먹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오포글리프론 3상의 탑라인(주요 지표) 분석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유효성 및 주사용 GLP-1 약물과 일치하는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블록버스터 주사제인 'GLP-1' 약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으나,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약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표된 'ACHIEVE-1' 연구는 릴리가 당뇨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연구 7건 중 첫 번째 연구다. 해당 3상에서 릴리는 2형 당뇨병 환자 559명에게 40주간 오포글리프론 혹은 위약(가짜 약)을 매일 투여했다.
이 약의 효능 평가를 위한 1차 평가지표는 '혈당(당화혈색소·A1C) 감소'로, 오포글리프론을 매일 3㎎, 12㎎, 36㎎ 복용하는 그룹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더니 당화혈색소가 1.3~1.6% 줄었다. 위약의 0.1% 감소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1차 지표를 충족했다.
환자들의 체중도 최대 7.3㎏(7.9%) 줄였다. '체중 감소'는 2차 평가지표였는데,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3㎎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후 평균 4.7%(4.4㎏), 12㎎ 복용군은 평균 6.1%(5.5㎏), 36㎎ 복용군은 평균 7.9%(7.3㎏) 체중이 줄었다. 반면 위약 복용군은 평균 1.6%(1.3㎏) 감량됐다. 오포글리프론 12㎎, 36㎎ 용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적을 냈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체중 관리 목적으로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수 국내외 기업 경구제 개발 중…"환자 친화적"
먹는 GLP-1이 최종적으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자가 주사해야 하는 걸 꺼려했던 사람들에게 편의성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달성한 체중 감량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현재는 먹는 GLP-1 제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가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된 상태다.
올해 1월 아이큐비아(의약품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는 오포글리프론이 내년 첫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릴리 외에 다수 글로벌 제약사도 먹는 GLP-1을 개발 중이다. 미국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먹는 비만 치료제 'VK2735'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VK2735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AZD5004'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고, 로슈는 'CT-996'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국내 기업도 먹는 GLP-1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의 먹는 GLP-1 치료제 'DD02S'는 2023년 미국 멧세라에 기술 이전됐는데, 작년 11월 북미 임상 첫 환자 투약이 완료됐다. '오랄링크'라는 펩타이드 경구화 플랫폼 기술을 통해 경구제 흡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GLP-1 약물 'ID110521156'의 임상 1상 중이다. 저분자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 약물로, 기존의 펩타이드 소재 주사제에 비해 제조 효율성이 높아 대량생산에 용이하다.
비만치료제를 활발하게 개발 중인 한미약품도 경구로 하루 한 번 투여 가능한 저분자 비만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셀트리온은 작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이 펩타이드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사제 중심인 시장에서 경구용으로 전환된다면 환자 친화적인 제형이라는 점과 가격 측면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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