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처럼 꺾인 풍력발전기…기체 설계·시공 문제였나(종합)
코로나 공급난 때 착공, 철재 사용량·시공 과정 확인 필요
2016년 태백 이후 두 번째…당시 "설계 결함" vs "돌풍 탓"
설계·시공·운영사 간 합동 조사…결론까진 수개월 걸릴 듯
![[화순=뉴시스] 21일 오전 2시50분께 화순군 화학산 중턱에 설치된 한 풍력발전소에서 높이 127m 풍력발전기 한 대가 쓰러졌다. (사진 = 독자 제공) 2025.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21/NISI20250421_0001823431_web.jpg?rnd=20250421170303)
[화순=뉴시스] 21일 오전 2시50분께 화순군 화학산 중턱에 설치된 한 풍력발전소에서 높이 127m 풍력발전기 한 대가 쓰러졌다. (사진 = 독자 제공) 2025.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화순=뉴시스]이영주 김혜인 기자 = 전남 화순 산간지역에 설치된 높이 127m 규모 풍력발전기가 꺾여 넘어진 사고의 원인을 두고 설계·시공 결함 의혹 등 다양한 추론이 나온다.
국내에서 두 번째 발생한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로, 유사 사고가 거의 없고, 설계사·시공사·운영사 등의 합동 조사가 필요해 원인 규명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22일 화순군 등에 따르면 화순군 도암면 화학산에 위치한 '금성산 풍력발전 단지'(8만2644㎡)에서 쓰러진 4.7㎽급 풍력발전기(높이 127m)에 대한 사고 원인 조사가 시작됐다.
풍력발전기 시공사와 발전기 설비 제조업체 독일 지멘스-가메사의 한국지사, 풍력발전단지 운영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두루 살피고 있다.
일각에선 발전기 타워(지지대)에 쓰인 철재의 두께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고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받아 돌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블레이드와 로터, 이를 받치는 지지대로 구성된다. 지지대 3개를 조립해 세우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이번 사고가 난 발전기도 지지대 3개를 조립한 뒤 로터와 블레이드를 장착했다.
지지대는 무거운 로터와 블레이드를 받치는 만큼 설계 기준에 따라 튼튼한 철재가 쓰인다. 기준에 따라 3.6㎽급 풍력발전기의 경우 지지대 지름이 4500㎜, 철재 두께는 30㎜ 수준으로 지어져야 한다. 5㎽급 풍력발전기 지름은 6500㎜, 철재 두께는 35㎜ 이상이 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풍력발전기의 경우, 4.7㎽급인만큼 설계 기준에 따라 지지대 지름이 최소 5000㎜, 철재 두께 역시 30㎜ 이상으로 지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대를 이루는 철재는 한 장 당 6㎜ 이상 두께를 가진 열간 압연 강판인 '후판'을 여러 장 사용한다. 후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인 공급난을 맞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난 금성산 발전 단지는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였던 2020년 착공, 당시 후판 공급난에 따른 부실 시공 의혹은 반드시 들여다 볼 대목으로 꼽힌다.
실제 세계풍력에너지협회는 지난해 1월 풍력발전 요구 기준치를 충족하는 후판에 대한 공급망이 병목 현상을 빚으며 공급 부족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근본적으로는 지지대 지름을 두껍게 하고 보강재를 다수 설치해야 하는 만큼,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도 확인해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풍력발전기 시설물 사고는 2016년 강원 태백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사례일 정도로, 흔하지 않아 원인 규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6년 3월5일 태백시 귀네미골 태백풍력 7호기의 타워를 연결하는 이음새가 절단되며 구조물이 쓰러졌다.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엇갈렸다.
손해사정인 측은 20m길이의 타워를 연결하는 이음새의 볼트 재질, 설계상 문제로 절단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반면 국내 최초 풍력발전기 생산한 업체는 갑작스러운 돌풍, 자연 재해로 불가피하게 발생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다만 사고 원인이 공식 결론 나 공표된 바는 없다.
이번 사고 역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유사 사고가 드문데다 여러 주체가 풍력발전기 제조, 설치, 운영 과정에 참여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풍력 발전업계 관계자는 "태백에서 발생한 사고는 타워 이음새가 '댕강'하고 부러져 볼트 등 구조물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타워 시설물 자체가 꺾인 사례라 동일 사고로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어 "풍력발전기는 강풍·태풍에 견디게 설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사고 발전기의 경우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제품이며 이번처럼 타워가 꺾이는 사고 자체는 굉장히 드물다. 시공사·제조사·운영사가 참여하는 정밀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2시50분께 화순군 도암면 '금성산 풍력발전 단지'에서 풍력발전기 1기가 넘어졌다. 넘어진 풍력발전기는 지지대 하단 부로부터 약 30m 높이 위치가 빨대처럼 꺾였다. 사고 당시 바람은 계측기 기준 초속 13m(시속 46.8㎞)로 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화순군은 발전소 주변 접근을 통제하고 쓰러진 발전기를 포함한 4대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또 운영 업체의 정밀 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조치 등을 명령할 계획이다.
금성산 풍력발전 단지에는 같은 전력 생산 규모의 발전기 총 11대가 설치돼있으며, 2023년 6월 준공 이후 2년 가까이 가동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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