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권 '캡티브 영업' 삼성·미래證 첫 검사 배경은
계열사로 대형 운용사 두고 있다는 공통점
운용사 수요예측 참여와 대가 등 살필 가능성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채권 발행 주관 증권사들의 '캡티브 영업' 검사 1호 타깃으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겨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 증권사가 대형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인수와 관련해 계열사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피는 검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주부터 증권사 채권 주관 '캡티브 영업'과 관련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첫 타깃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업계에서는 두 증권사가 캡티브 영업 관행을 들여다 보는데 첫 타깃이 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채권발행시장(DCM) 주관 실적을 줄 세우면 미래와 삼성은 선두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은 지난해 랩·신탁 불건전 영업행위 제재도 유일하게 피해 간 대형사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B증권이 1667건의 주관을 따내며 52조3835억원을 실적을 냈다. 이어 ▲NH투자증권(45조9663억원) ▲한국투자증권(33조7512억원) ▲신한투자증권(19조5709억원) ▲한양증권(19조771억원) ▲교보증권(14조7800억원) ▲삼성증권12조1582억원 순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때문에 금감원이 이들 검사를 통해 회사채 주관 계약부터 수요예측, 이후 유통 단계 등 시장 매커니즘 전반을 확인한 후 다른 증권사들로 검사를 넓혀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파악을 우선순위로 정한 검사 순서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금감원은 '검사 양식을 빌린' 실태 파악 혹은 업계와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회색지대가 있고 명확한 위규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명확한 위규가 있으면 제재하겠지만 요건이 모호한 그레이존(회색지대)이 있다. 직접 다니면서 들여다 보고 의견과 개선책도 받고 있다. 주안점은 서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도 불명확한데 왜 제재만 하냐는 업계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 한다. 당연히 검사는 하겠지만 검사 양식을 빌려서 직접 가서 자료도 보고 현장 의견도 듣고, 전반적인 개선을 위한 고민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캡티브 영업 과정에서 계열사 지원 사격을 들여다 보며 계열 운용사와의 뒷거래를 집중적으로 검사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을,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캡티브 영업이란 증권사가 회사채 발행 기업에게 수요예측시 낮은 금리에 일정 물량의 매수 주문을 넣겠다고 약속하는 영업 행태다. 낮은 발행 금리, 즉 발행사 친화적인 가격에 주문을 넣는 것이다. 기업들은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증권사는 이를 미끼로 회사채 주관 업무를 따내면서 기업과 관계를 쌓아갈 수 있어서 '윈윈(win-win)' 성격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등 계열사들이 회사채 인수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하는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1·2위 대형 운용사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계열 증권사가 인수하는 회사채를 발행 규모의 30% 이하로 매수할 수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만 회사채를 매입했다면 위법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운용사가 특정 금리에 회사채를 매수해주면 어떤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식의 거래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금감원은 캡티브 영업으로 이익을 보는 건 발행 기업과 주관 증권사일 뿐인데, 계열사들이 어떤 동기로 증권사 지원 사격에 나서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신탁의 만기 미스매칭으로 손실을 보는 등 곤란해졌을 때도 채권을 싸게 넘기는 등의 지원을 일절 해주지 않았다. 지원을 해준다면 분명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계열사와의 관계는 금감원이 캡티브 영업 검사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된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 지원 사격과 연계해 검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업계에선 ETF 과열 경쟁 속에서 운용사들이 계열 금융사 자금을 과도하게 끌어온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특히 회사채, CD금리형 ETF에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자금이 들어간 ETF들 대부분이 채권형이다. 운용사 ETF에 계열 증권사가 설정액을 넣어주고 운용사는 그 대가로 증권사에 뭔가를 제공했다면 회사채 인수가 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별도의 운용사 검사를 나가진 않으면서도 이 같은 소지의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고 모두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 검사를 꼭 나가지 않아도 증권사를 통해 수요예측에 누가 들어왔는지 다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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