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략 입지 강화, 한국 구조적 난관 봉착"-38 노스
관세 전쟁이 촉발한 다극 무질서 국제 질서 10년 이상 지속
중러 지원 늘고 자립 경제 추진해온 북한은 잘 준비된 상태
한국은 인구 감소, 동맹 위기, 수출 중심 경제 취약 등에 직면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평양에서 함께 회전목마를 타며 활짝 웃고 있다. 다가오은 다극 무질서 국제 정세에 북한이 잘 대비돼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 엑스 갈무리) 2025.4.23.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7/07/NISI20240707_0001595205_web.jpg?rnd=20240707104318)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평양에서 함께 회전목마를 타며 활짝 웃고 있다. 다가오은 다극 무질서 국제 정세에 북한이 잘 대비돼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 엑스 갈무리) 2025.4.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이 현재의 세계 지정학적 구도에서 전략적 입지를 강화했으며 외부의 체제 변화 압력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외부 지원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어든 반면 한국은 인구가 줄고 한미 동맹 관계가 흔들리며 관세로 인한 수출의존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등 입지가 약해지고 있어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38 NORTH)에 기고한 “새로운 북한: 지정학적 이점과 중산층 성장이 차기 한국 대통령에게 주는 도전(The New North Korea: How Geopolitical Advantages and Growing Middle Class Prosperity Challenge the Next South Korean President)이라는 기고문에서 그같이 밝혔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북한에 유리한 지정학 변화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 전투 병력을 지원하면서 북한이 많은 외화를 확보하고 군사 기술도 이전받고 북한군이 현대전 실전 경험을 쌓은 반면 국제 제재는 한층 약해졌다.
김정은은 또 지난 2023년 말 통일 정책 노선을 공식 폐기했다.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단일 민족국가를 형성한다는 목표를 공식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영구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
당분간 국제 질서는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와 유사한 다극 무질서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다극 무질서 체제는 명확한 위계나 단일 패권국이 없고 전통 강대국, 지역 중견국, 비국가 행위자들이 경쟁하는 과도기적 상태다. 남북한 모두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반도는 150년 전 조선이 직면했던 상황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다. 쇠퇴하는 패권, 부상하는 신흥국, 균형 변화, 규칙 변화. 동맹에 대한 신뢰 감소 등으로 국가의 물리적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불확실성을 감당할 준비가 한국보다 더 잘돼 있는 듯하다. 오랜 자립경제 추진으로 북한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낮고, 공식적인 방위 동맹도 없으며,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 제재 체제가 무력화되고 러시아와 중국이 다시 지원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인구 감소,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 미국의 관세로 인한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이 위기에 처하는 등 각종 구조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6.25 전쟁을 초래한 에치슨 라인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이 중국의 협력 제안에 점점 더 끌릴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새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시도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국제적 고립과 역내 군비 경쟁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북한 중산층과 국내 시장 확대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탈바꿈했다. 제한적이지만 시장 개혁이 진행되면서 비공식 시장이 커지고 중산층이 등장했다.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도시에 쇼핑몰, 커피숍, 여가 시설 등이 조성되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기 자전거 등의 재화 보유가 늘어나면서 소비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교육, 보건, 여가 활동에 대한 민간 소비 지출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 과외, 미용실, 오락 시설의 확산 등이 이 같은 변화가 빨라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700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이며,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현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시장에서는 현금, 특히 외화가 중시된다. 지난해 북한 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도한 현금 보유에 따른 유동성 과잉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한 정치적 불만이 공산주의 체제 붕괴를 촉발했다.
이를 감안할 때 김정은 정권이 마식령 스키장과 양덕 온천 리조트와 같은 대규모 휴양 시설을 건설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고 중산층의 여가 수요를 충족시킨 것은 적절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곧 개장 예정인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도 같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의 확장은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북한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지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관광, 무역, 인도적 지원, 합작 투자, 사회기반시설 사업 등 남북협력의 핵심 요소들이 더 이상 북한에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공동 체육 행사, 문화 행사 등 교류가 중요하지 않게 되면서 문화적 침투를 통해 북한 체제를 점진적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도 갖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이 당면한 이중 과제
북한에서 중산층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외부 경제 지원에 대한 의존과 나아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인적 교류의 필요성이 줄었다.
이런 변화에 따라 대북 포용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될 지라도 당장은 적극적 대북 정책을 추진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해 남북관계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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