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건' 지니, 28년 만에 램프 밖으로…장호일·신성우·김영석 "불이 부처가 됐죠"
올해 데뷔 30주년…오늘 28년 만의 신곡 발매
경쾌한 '거북이'·하드록 '로그' 실린 싱글
싱글 모아 앨범 발매…단독공연 계획도
![[서울=뉴시스] 밴드 지니.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4.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15/NISI20250415_0001817581_web.jpg?rnd=20250415080144)
[서울=뉴시스] 밴드 지니.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4.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전히 지니처럼 속박을 벗어나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만년 청춘의 로커들인 가수 신성우·프로듀서 그룹 '공일오비(015B)' 기타 장호일이 프로젝트 록 밴드 '지니' 결성·데뷔 30주년을 맞은 올해 램프를 다시 문지른다. 지니는 알라딘 속 지니에서 이름을 따왔다.
록밴드 '넥스트(N.EX.T)'를 거쳐 현 '노바소닉'에 몸담고 있는 베이스 김영석이 새로 합류해 같이 램프를 비비는 만큼, 자유를 다시 얻을 지니의 괴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지니가 1995년 발매한 정규 1집 '쿨 월드'의 타이틀곡인 '뭐야 이건'은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 당시 가요 황금기에도 과감한 시도로 평가됐다. 곡 초반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휘파람이 나오고 "뭐야 이건"이라는 도발과 함께 시작하는 이 곡은 전조가 계속 바뀌는 가운데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펑크의 기운, 마음을 확 사로잡는 멜로디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신성우·장호일 그리고 당시 멤버였던 '넥스트' 이동규가 빚어낸 매력적인 정체불명의 캐릭터, 이해되기 이전에 마음과 몸이 먼저 흡수하는 음악은 젊음에 뒤엉켜 있던 열정과 분노의 해방구가 되며 희망·응원의 출입구가 됐다.
지니가 25일 새 싱글을 낸다. 지난 1997년 발매한 정규 2집 '엘리펀트' 이후 무려 28년 만의 신곡이다. 이번 싱글엔 지니의 밝고 경쾌한 록 스타일을 계승한 '거북이', 정통 하드 록 사운드의 '로그(LOG)' 등 두 곡이 담긴다.
특히 '거북이'는 지니의 기존 히트곡들이 응원가나 치어 리딩 음악으로 많이 사용됐다는 점에 영감을 얻어 스포츠 챈트 스타일로 제작했다. 실제 이들의 대표곡 '뭐야 이건'은 치어리딩을 소재로 한 혜리 주연의 영화 '빅토리'(2024)에 삽입되기도 했다.
새 멤버 김영석의 영향이 느껴지는 '로그'는 기존 지니의 펑크 기반 록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지니는 90년대 후반 당시 국내에서 드문 프로젝트 밴드로 결성돼 화제가 됐다. 1995년 당시 '서시' '내일을 향해'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테리우스' 신성우와 세련된 사운드로 젊은 층의 지지를 얻던 015B 장호일, 음악적 실험을 하는 넥스트의 이동규가 뭉쳐 주목 받았다.
1997년엔 신성우·장호일의 2인 체제로 재편돼 2집을 발매하고 '바른 생활' '재회' '코끼리' 등의 노래로 인기를 누렸다. 이후 각자 활동이 많아지면서 팀 활동은 멈췄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록의 거인들을 우선 서면으로 만났다. 질문에 대한 답은 공통으로 내놨다.
-28년 만에 신곡입니다. 왜 지금인가요? 아울러 활동 재개가 올해 지니 결성·데뷔 30주년이라는 점이 작용한 건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혀 의도한 건 아니었고 우연이었어요. 활동 재개 얘기가 빠르게 진행되던 와중에, 문득 결성 30주년과 시기가 맞물렸다는 걸 알게 됐죠. 우주의 흐름이랄까요? 하하."
-재결성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영석 씨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김영석 씨와 신성우 씨는 평소 바이크를 함께 타며 자주 어울리는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뒤풀이 자리에서, 김영석 씨가 예전 로커로서의 신성우 씨를 그리워하며 '밴드 다시 안 할 거냐'는 말을 던졌고, 그 말을 계기로 신성우 씨가 결심을 하게 됐죠. 사실 몇 년 전부터 장호일씨와 신성우 씨는 재결성에 대해 논의만 오가던 상태였는데 그날을 기점으로 장호일씨에게 연락을 해서 급진전되며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세 분이 함께할 때의 시너지는 이전 지니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서울=뉴시스] 밴드 지니. (사진 = 지니 측 제공) 2025.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25/NISI20250425_0001827208_web.jpg?rnd=20250425054818)
[서울=뉴시스] 밴드 지니. (사진 = 지니 측 제공) 2025.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싱글엔 지니의 밝고 경쾌한 록 스타일을 계승한 '거북이', 정통 하드 록 사운드의 '로그(LOG)'가 담겼습니다. 기존 팬들을 위한 곡과 하고 싶은 장르를 각각 담은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처음 곡 작업할 땐 그런 구분을 특별히 의도하진 않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거북이'는 '지니'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간 곡이고, '로그'는 새 멤버 김영석 씨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하드한 록으로 우리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겠죠."
-'거북이'는 지니의 기존 히트곡들이 응원가나 치어 리딩 음악으로 많이 사용됐다는 점에 영감을 얻어 스포츠 챈트 스타일로 제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이 시대의 또 다른 응원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응원가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른 몇 몇 곡들이 있는데요. 지니 표 응원가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항상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는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 '뭐야 이건'을 만들 때만 해도 응원가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 곡에 의미를 부여해주셨고, 그런 반응을 통해 우리만의 색을 깨닫게 된 거죠. 지니의 응원가는 단순한 흥겨움뿐 아니라 그 안에 '위로'도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로와 응원', 그게 지니 음악의 핵심 메시지예요."
-'뭐야 이건'이 영화 빅토리에 삽입되며 재조명됐습니다. 히트곡을 계속 갖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뮤지션으로서 정말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다양한 곳에서 우리 음악을 들어주시고 연주해주신다는 건 그 자체로 큰 훈장이죠."
-기존 지니의 펑크 기반 록 스타일을 발전시키셨다는 '로그'에 묻어 있는 김영석 씨의 영향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요?
"지니의 기존 음악이 직선적이고 날것의 느낌을 추구했다면, 김영석 씨가 몸담았던 넥스트나 노바소닉은 보다 구조적이고 이성적인 음악을 추구하죠. 이번 작업에서 그런 특유의 복합적인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우리 음악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 결성 당시 과정을 들려주세요. 그 때의 활동 마음가짐과 지금 활동의 마음가짐 차이가 있다면요?
"음악 스타일은 시대에 맞춰 약간씩 달라졌지만, 마음가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항상 자유롭게 좋은 록 음악을 만들고, 팬들과 즐기겠다는 생각입니다. 굳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멤버들이 나이를 먹으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거죠. 저희끼리도 '예전엔 다들 불 같았는데 이젠 부처가 됐다'며 웃곤 합니다. 그런 변화는 참 좋은 것 같아요."
-1997년 신성우·장호일 씨 2인 체제로 재편돼 발매한 2집에 대해서 명반이라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바른 생활' '재회' '코끼리' 등의 노래도 재조명되고 있고요. 이 앨범에 대해 지금 돌이켜 보신다면 만족도가 어떻게 됩니까?
"요즘도 가끔 그 앨범을 들을 때마다 '와, 이때 벌써 이런 걸 했네' 하며 스스로 감탄하곤 해요. 물론 지금 기준의 사운드로 보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엔 정말 자부심 있었던 사운드였고 곡들도 하나하나 애착이 있습니다. 1집이 다양한 시도 속에 조금 산만한 느낌이었다면, 2집은 지니의 색깔이 보다 뚜렷하게 자리 잡은 앨범이었죠. 개인적으로는 '코끼리'를 특히 좋아합니다."
-최근 신성우 씨는 예능 활동(채널A 가족 예능물 '아빠는 꽃중년' 등), 장호일 씨는 연기 활동(JTBC '협상의 기술' 등)을 하셨는데요. 이런 활동과 음악이 어떤 상호 작용을 줬고, 시너지가 된 부분이 있나요?
![[서울=뉴시스] 밴드 지니.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4.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15/NISI20250415_0001817599_web.jpg?rnd=20250415082355)
[서울=뉴시스] 밴드 지니.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5.04.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국내 밴드붐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 부분도 컴백에 영향을 줬나요? 최근 밴드 열풍은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밴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건 맞지만 홍대 앞 인디 밴드 신에까지는 큰 영향을 아직 주지는 못한 거 같아 좀 더 두고 봐야 이 밴드 열풍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열풍 자체는 아주 반가운 현상이지만, 우리의 재결성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밴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건 분명하지만, 홍대 같은 밴드의 기반 신에는 아직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아서요. 좀 더 뿌리 깊은 열풍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외에선 롤링스톤스를 비롯해 중장년층이 돼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밴드가 많죠. 국내외는 그런 케이스가 드문데 혹시 이런 현상에 대해 고민해보신 지점이 있나요?
"항상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에어로스미스나 롤링 스톤스처럼 국내에도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가는 밴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런 롤모델이 돼 후배들에게 영감과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니가 생각하는 밴드와 록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유로움'과 '즐거움'입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 그리고 음악을 너무 무겁게만 보지 않고 함께 즐기자는 마음.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록이고, 지니의 음악 철학입니다."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니 신성우 씨가 '록밴드가 활성화 돼 있지 않은 나라의 음악은 뿌리가 없는 나무와 같다'고 말씀하셨었는데요. 여전히 같은 생각이시죠?
"네, 여전히 같은 생각입니다. 록은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대중음악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뿌리를 지켜가는 밴드들이 많아질수록 음악 신 전체도 더 튼튼해진다고 봅니다."
-K팝에 치중돼 있는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지니가 활동을 재개하는 건 개인적으로 다양성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밴드 분들은 이번 활동으로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희는 큰 기대보다는 우리가 즐기고, 듣는 분들이 위로와 응원을 받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음악의 모토는 '즐기자'예요. 함께 신나게 즐겨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오는 26일 MBC TV '쇼! 음악중심'에 출연하십니다. K팝 아이돌들 위주로 출연이 재편된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지니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데요. 분기별 2~3곡씩 신곡을 발표하시겠다고 예고한 건 결국 정규 음반에 대한 포석인지요. 단독 공연도 계획하고 계신 겁니까?
"네, 트렌드에 맞추어 싱글 형태로 나눠서 발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아서 앨범으로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연도 활발히 할 계획이고요. 단독 공연은 현재 논의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공연장에서 꼭 만나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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