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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BL '현대모비스 폭행' 관련 거짓정보 유출 '논란'

등록 2021.05.02 11:55:42수정 2021.05.02 13: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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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홍보팀서 작성…직원이 외부로 유출해 커뮤니티 등에 공개돼

제보자 실제와 달라…익명 보도된 피해자들 실명 공개돼

내부고발자 보호는커녕 실명공개해 압력 행사한 꼴이 돼

[서울=뉴시스]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의 폭행 사건 보도와 관련해 작성한 메모. 외부로 유출되면서 여러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피해자들의 실명과 제보자 관련 내용, 대응 매뉴얼 등을 담고 있다.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서울=뉴시스]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의 폭행 사건 보도와 관련해 작성한 메모. 외부로 유출되면서 여러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피해자들의 실명과 제보자 관련 내용, 대응 매뉴얼 등을 담고 있다.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단내 폭행사건(뉴시스 4월29일 단독 보도)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KBL이 이와 관련한 추측성 거짓 정보 메모를 작성해 이를 유출하고 언론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제보자 입막은 KBL발 메모

2일 농구계에 따르면, KBL은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의 회식과 폭행 사건이 보도되기 이전 관련 내용을 파악해 메모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폭행 사건과 관련된 가해자, 피해자 상황, 제보자, 미디어 대응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메모는 지난달 29일 오후 뉴시스 보도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 기승호 폭행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 메모에는 가해자 기승호와 장재석(30)을 비롯한 피해자들을 실명 처리했고, 특히 특정 선수가 제보했다고 지목했다. 제보 받았다는 특정 언론사와 기자 이름도 실명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메모에 등장하는 제보자는 실제 제보자와 다른 인물이다. 잘못된 거짓 정보인 셈이다.

메모에 등장한 선수가 실제 제보자였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실명을 공개해 제보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입 막음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게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메모가 유포되고 난 후 관련자들이 입을 열기 꺼리고 있다.

메모에는 또 "일단 홍보팀 기조는 '우리도 기사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구단 통해 경위 파악 후, 사안의 엄중함에 따라 재정위 검토'"라는 대응 매뉴얼이 담겼다.

사전에 폭행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모른 척 하라'는 왜곡된 언론 대응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해당 메모의 출처를 추적한 결과, KBL 홍보팀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팀원 가운데 한 명이 이를 외부인에게 공유하면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KBL 관계자는 "내부 공유용으로 홍보팀에서 작성한 것이 맞다. 한 직원이 외부 지인에게 보냈다고 인정했다"고 메모 작성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3의 지인들에게 전달되면서 글이 게재된 것으로 보인다"며 "큰 문제라고 판단하고, 개별 면담을 통해 유출한 직원을 찾아냈다. 추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농구계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지만 농구계 상당수가 이 메모를 사실로 믿고 있다"며 "의도가 없었더라도 제보자를 압박하고, 가짜뉴스를 흘렸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기승호가 30일 서울 KBL센터에서 현대모비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및 선수간 폭력행위를 안건으로 열린 재정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04.3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기승호가 30일 서울 KBL센터에서 현대모비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및 선수간 폭력행위를 안건으로 열린 재정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1.04.30. [email protected]

기승호 "매니저에게 폭행당해" vs 구단 "사실 무근" 진실공방 논란

KBL은 지난달 30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 기승호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폭행으로 제명, 방역수칙 위반으로 제재금 1500만원 징계를 내렸다.

기승호는 지난달 26일 현대모비스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패한 후, 수원 훈련체육관 식당에서 이뤄진 식사 자리에서 후배 선수 4명을 폭행했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자리에서 장재석을 비롯해 A, B, C 선수가 기승호에게 맞았다. 장재석은 눈 주위를 맞아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처음 알려진 것보다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져 6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국가대표 선발은 어려워졌다.

첫 보도 당시 "지금은 제 입장을 먼저 전달하는 것보다 그 상황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나중에 저나 구단의 입장을 충분히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던 기승호는 이후 매니저에게 먼저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졌다고 주장했다.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재정위원회에 출석한 기승호는 "그것(매니저 폭행)에 관련된 진단서와 자료를 모두 소명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구단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정위원회에선 후배들을 폭행한 것에 초점을 맞춰 제명을 결정했다. 기승호의 주장대로 매니저에게 맞았다고 해서 후배들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 정당화되진 않기 때문이다.

기승호와 현대모비스 구단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진실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기승호가 잘못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거짓을 주장하고 있거나 현대모비스가 추가적인 파문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폭행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그래도 명확한 전후관계 확인 없이 넘어가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많다.

그날 새벽 수원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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