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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백신 피해 가족 가슴찢는 'K방역 자화자찬'

등록 2022.04.29 13:35:50수정 2022.04.29 14: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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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백신 피해 가족 가슴찢는 'K방역 자화자찬'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라진 데 이어 내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2년 넘게 치러온 감염병과의 전쟁이 종반부를 향해가는 듯 다소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예기치 않은 불행을 겪어야 했던 이들과 그 가족들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남의 얘기다.

지난 1월14일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석달이 지난 A(54)씨와 딸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A씨 남편은 백신 3차 접종을 맞은 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남편을 잃은 A씨는 기자와 통화하는 2시간 동안 여러 번 오열했다. 수십 년을 함께 해 온 인생의 동반자가 일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버거웠지만, 남편 죽음의 원인일 수도 있는 백신 접종을 강력 권고해왔던 정부에서 사망 이후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더 원통했다. 접종 전 남편은 크게 아픈 곳도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저희가 자영업자라 영업 제한을 받다 보니 백신 접종을 서둘렀다. 정부를 믿고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가려 맞은 것"이라며 "대통령도 신년인사에서 정부 믿고 맞아라, 부작용과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말씀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대선은 치러졌고 정권 교체가 예정됐다. 하지만 백신 피해 가족들은 또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이들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실망했다. 로드맵은 백신 이상반응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질환을 확대하고 의료비와 사망 위로금을 상향 지원하도록 했지만, 백신 피해 인과성을 인정하는 구체적인 질환의 범위나 사망위로금을 지급하는 기간 등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약속한 '사망자 선보상 후정산 등의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인수위 발표를 지켜본 강윤희 코백회 상임고문은 "피해자의 주치의와 역학조사관, 부검 소견을 통해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성을 인정했음에도 질병청은 관련성이 없다고 할 뿐이다"면서 "인과관계가 제대로 평가돼야 보상 방안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인수위는 인과관계 평가에 있어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K-방역'을 치켜세우고 있다. 대통령은 전날 방역 현장 근무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K-방역은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백신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백신 연구·개발의 끝을 봐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겠지만, 거리에서 절규하고 있는 피해 가족들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한 아픔을 느꼈다. 

늦었지만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 정부는 백신 접종 추진 과정에서 지적된 미흡한 점들에 대해 피해 당사자 및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곧 정권을 넘겨 받을 인수위 역시 아직 추상적인 수준에 그친 로드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방역 정책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보완해야 또 다른 억울함을 방지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다질 수 있다. 아직 '성공적인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하기엔 이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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