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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 달 넘긴 둔촌주공 사태, '250만+α' 공급 시금석 되나

등록 2022.05.25 06:30:00수정 2022.05.25 09: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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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공사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56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두고 지리멸렬한 다툼을 벌이다, 결국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으로 공사가 멈춘 것도 모자라, 골조 공사 핵심 장비인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설치에만 6개월이 소요되는 핵심 장비까지 철거하면서 '강대강 대치'는 막다른 국면으로 치닫는 셈이다.

양측은 2016년 총회에서 2조6000억원의 공사비를 의결했다. 이후 2020년 6월 약 5600억원 증액한 3조2000억원 대로 계약을 변경했다. 하지만 현(現) 조합은 증액 계약 체결 직후 전(前) 조합장이 해임됐다며 증액 계약서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시공단은 조합 총회에서 의결하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공사 중단 후 한 달 이상이 지났으나, 조합과 시공단은 단 한 차례도 협상에 임하지 않을 정도 감정의 골만 더 깊게 파였다. 당초 이달 분양 후 내년 8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이젠 입주 시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간엔 온갖 추측과 억측이 확산일로다. 조합이 새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염두에 두고, 분양가상한제 폐지나 개선이 이뤄진 뒤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하기 위한 '속셈'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조합 입장에서 공사 중단으로 금융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만큼 올리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되면 조합의 이익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3400만~35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 주변 시세와 비슷한 4000만~4500만원 선으로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처는 더 문제다.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지금 같은 정부 대처 방식은 문제가 있다.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중재안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한발 물러나 있던 국토교통부는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부랴부랴 서울시와 내달 3일까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합동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서울의 신규 공급 물량은 4만9000가구로 추산된다. 이 중 둔촌주공이 1만2000가구로, 전체 공급 물량의 24%가 넘는다.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새 정부가 둔촌주공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250만 가구+α' 주택공급 계획을 어찌 내놓을지, 그 계획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 있을까 의문이다. 

둔촌주공을 비롯한 예정된 주택공급이 늦어질수록 중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집값 폭등으로 설움을 겪은 무주택자와 청약만 손꼽아 기다려온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꿈이 또 한 번 꺾일 수 있다. 

무엇보다 주택공급이 늦어지면 주택 수요가 다른 신축 단지에 몰려 집값이 오르고, 임대차시장 불안도 불 보듯 뻔하다. 전·월세로 머물러 있는 청약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임대차시장에 머무르게 되면 전·월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은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 집값 안정을 위해 '250만 가구+α'라는 거창한 주택공급 계획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나,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챙긴다는 정책 의지를 시장에 꾸준히 보내야 한다. 주택공급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부동산시장이 투기판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집값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둔촌주공 사태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뒷북으로 둔촌주공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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