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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플랫폼 사업자 '사회적 책임' 끄집어낸 카카오 대란

등록 2022.10.20 08:20:46수정 2022.10.20 1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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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플랫폼 사업자 '사회적 책임' 끄집어낸 카카오 대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난 주말 대한민국이 사실상 멈춰섰다. 단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 서비스가 무너지면서다.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불통으로 이용자들은 주말 약속과 모임을 위해 문자나 전화를 일일이 해야 했다. 자영업자들은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서비스 오류로 예약, 결제, 웨이팅 등이 안돼 주말 장사를 망쳤다. 약속 장소를 가기 위해 카카오 택시를 잡으려고 했던, 또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구매한 기프트콘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려했던 소비자들이 서비스가 먹통이 돼 현장에서 곤욕을 치렀다. 택시 기사들도 콜을 받지 못해 "황금 시간대에 허탕을 쳤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카카오' 브랜드를 단 모든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혼란을 겪었다. 이른바 '카카오 먹통 대란'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우리가 경험했듯이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우리 국민들의 일상의 불편을 넘어서 경제·사회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도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먹통 대란은 그간 이어져왔던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다. 10년 전 연매출 18억원 수준의 벤처기업이었던 카카오는 현재 연매출 6조원의 초거대기업으로 거듭났다. 카톡으로 몸을 일으킨 뒤 계열사만 128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인프라 안전성 투자는 뒷전이었다. 카카오의 '이중화 시스템'은 있다고만 주장하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딱 한번의 실수나 사고를 가정한 비상 시스템인데 말이다. 데이터센터가 전체 셧다운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은 없었다는 점도 얼마나 시스템 안전에 안이하게 대해왔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카카오는 10년 간 꾸준히 대국민 영향력은 키워왔지만, 정작 대기업이 갖춰야 할 사회적 책임이나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법률상 이동통신사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비해 중요도가 낮다는 인식을 받아왔다. 실제로 국가로부터 망이나 주파수를 할당받지 않고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을 빌려쓰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신속한 수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하는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는 기업 이미지도 이같이 규제를 피해오는데 영향을 줬다. 부가통신사업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고, 이에 국회에서는 2년 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들도 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하는 내용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플랫폼 업계의 반발로 입법이 끝내 무산됐다. 업계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혁신을 저해한다는 논리에 밀렸던 것.

'카카오 먹통' 대란 이후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서비스가 멈추면 국민들의 일상과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음을 국민들도 절실히 깨달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대로 플랫폼은 국가기간망에 버금간다.  KT 아현국사 화재사고 당시 네트워크망이 끊겼을 때는 지엽적 통신장애가 유발됐지만 상당수 국민이 여러 날 다양한 영역에서 불편해 했다. 어느새 플랫폼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데이터센터와 주요 플랫폼에 대한 재난대책을 국가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려 한다. 플랫폼 서비스의 달라진 위상과 사회적 책임감에 걸맞게 재난관리법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를 비롯해 플랫폼 업계도 우리 사회의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에 스스로 응해야 할 때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법 면에선 민간 시장경제 원칙과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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