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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떠난 이유 알고 싶어"…눈물 속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제

등록 2023.02.04 18:13:52수정 2023.02.04 18: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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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시민대책회의 159명 영정 품에 안고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 행진

녹사평 분향소→용산 대통령실 앞→시청 앞 광장까지 영정 들고 걸어가

서울시 측 광화문 광장 분향소 불허에 시청 앞 광장 기습 설치로 맞대응

시민들 "추모 권리 보장하라"…철거 시도에 유가족 누나 의식 잃고 이송

서울광장 분향소 지키며 추모집회 "우리 목소리 들을 때까지 투쟁할 것"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100일 추모행진' 을 진행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침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2023.02.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100일 추모행진' 을 진행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침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이태원 참사 100일째를 하루 앞둔 4일 유가족들이 서울 도심 행진과 추모제를 열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내 추모공간 설치를 허가하지 않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추모행진 중 기습적으로 시청 앞 광장에 추모 분향소를 세우기도 했다.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 및 서울시 공무원들과의 충돌 속에 희생자 유가족 한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유가족·시민대책회의 159명 영정 품에 안고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 행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에서부터 대통령집무실 앞 삼각지역을 거쳐 종로구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추모 행진을 시작했다.

분향소가 있는 녹사평역 앞 광장에 모인 유가족 90여명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은 참사 희생자 159명의 영정을 한점씩 받아들었다. 붉은 목도리에 흰 장갑을 쓴 유가족들은 영정을 품에 안으며 눈시울을 붉혔고, 한 유가족은 "어유, 어유"하며 말을 잇지 못한 채 고인의 사진을 쓸어내리며 통곡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 광장을 향해 '100일 추모행진'을 준비하던 중 영정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02.04. blues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 광장을 향해 '100일 추모행진'을 준비하던 중 영정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유가족들은 '10*29'라고 새겨진 주황색과 보라색 바탕의 금빛 별 뱃지도 하나씩 목도리에 달았다. 국가 시스템의 부재로 참사를 당한 159명의 길 잃은 별들을 뜻한다고 유가협 측은 설명했다.

오전 11시4분께 이종철 유가협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요구 등의 행진 취지를 밝힌 뒤 "광화문 광장까지 가서 우리 아이들을 새로운 분향소에 안치하자"며 행진 개시를 선언했다.

녹사평역 분향소를 출발한 행진 대오는 "국가책임 인정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걸었고, 오전 11시39분께 대통령집무실이 있는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다다라선 함성을 질렀다. "윤석열 나와라", "내 딸 살려내라"고 외치는 유가족도 있었다.

국방부 청사 정문 앞에서 행진 대오가 멈춰선 가운데 고(故)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선도 차량에 올라 "왜 우리 애들이 이태원 골목에서 못 돌아왔는지 대통령은 설명하라"며 "왜 휴대폰도 주지 않았는지, 뭘 조사하려고 했는지 설명하라"고 절규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을 향해 '100일 추모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을 향해 '100일 추모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추모 권리 보장하라"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 기습 설치 …유가족 의식 잃고 이송

오후 1시10분께 중구 세종대로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앞에 행진대오가 도착했을 때, 시민대책회의 측 활동가는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막아 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한다. 경찰을 막아주십쇼. 분향소 설치를 도와주십쇼"라고 외쳤다.

그러자 희생자들의 영정을 든 유가족과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도서관 옆 인도에 있던 경찰 통제선을 밀어내며 공간 확보에 나서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추모할 권리를 보장하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경찰이 이러면 안 된다. 물러나라"고 외치며 인도로 올라섰고, 유가족과 종교인들과 야당 의원들이 팔짱을 끼고 선두에 섰다.

이윽고 공간이 확보되자 시민대책회의에서 천막 4개동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분향소 설치가 시작됐다. 영정을 든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바라보듯 애워싼 채 섰고, 이런 유가족들을 추모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스크럼을 짠 채 감쌌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100일 추모행진' 을 진행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침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며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23.02.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100일 추모행진' 을 진행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침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며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이에 경찰이 확성기로 채증을 통지하며 "천막 주변에서 물러나기 바란다. 매우 협소하고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해산을 요구하자, 시민들은 "물러가라"고 맞받았다. 1시간여 만인 오후 2시13분께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을 올리며 분향소 설치는 마무리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분향소를 지켰다.

하지만 오후 2시20분께 파란색 '재난안전대책본부' 조끼를 입은 서울시 공무원 70여명이 분향소 철거를 위해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민들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참사 희생자 누나인 A씨가 의식을 잃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현장 응급 의료를 돕고 있는 홍승권 대한가정의학회 록향의료재단 이사는 "이태원에서 일어날 뻔 한 일이 여기서 벌어졌다"며 "A씨가 처음에 2~3분간 의식을 잃어서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100일 추모행진' 을 마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침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23.02.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100일 추모행진' 을 마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침가자들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23.02.04.  [email protected]



서울광장 분향소 지키며 추모집회 "우리 목소리 들을 때까지 투쟁할 것"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광화문 광장이 아닌 시청 앞으로 장소를 옮겨 오후 2시45분께부터 추모집회를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독립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고 힘을 모아달라. 대통령의 공식사과, 이상민 장관의 파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참사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을 전광판에 띄우고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며 "기억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종철 대표는 "국민 여러분이 우리들을 지켜달라. 눈과 귀가 되고 입이 되어서 우리 유가족들의 비참한 사실을 똑바로 알려달라"며 "우리는 국민을 믿고 시청 광장에서 정부가, 윤 대통령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4.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고(故) 이재현 군의 어머니도 무대에 올라 "소중한 두 친구가 허망하게 하늘로 간 뒤 재현이는 예전과 다른 아이가 돼버렸다"며 "세상은 16살의 어린 재현이의 고통을 방치했고 무관심했다"며 울먹였다. 이재현 군은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됐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故) 유연주씨의 언니 유정씨는 "그날 이태원 1번 출구 골목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녁먹고 올게'라며 나간 동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알고 싶다"며 "동생이 떠난 이유와 경위를 알아야면 진정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호소했다.

이정민 유가협 부대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그 자리는 당신이 있어야할 자리가 아니다. 본인이 알지 모르겠지만 너무 어색하게 맞지않는 옷을 입고 있다. 유가족의 한 사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중히 부탁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 역시 추모제에 참석해 목소리를 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행태에 분노한다. 진정한 추모는 기억이며, 참사의 온전한 치유는 성역없는 진상규명, 그리고 책임자 처벌에서 시작된다"며 "진실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께 추모 집회를 마친 유가족들은 분향소로 이동해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집회와 행진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이 참여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을 향해 '100일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2023.02.04.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참석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을 향해 '100일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서울시와 경찰의 철거 시도에 대비해 24시간 동안 시청 앞 광장 분향소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서 순서를 정해 분향소를 지킬 예정"이라며 "유가족들도 유가족대로 돌아가며 분향소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없이 설치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존에 제안했던 녹사평역 지하4층으로 분향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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