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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간호조무사에게 대신 체혈시킨 의사…업무정지 적법할까

등록 2023.02.25 12:00:00수정 2023.02.25 12: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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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 환자 내원에 간호조무사에게 피검사 시켜…업무정지 한달 반

의사 측 "내 지시로 간호조무사가 진료 보조해…무면허 의료행위 아냐"

법원 "의사 진찰도 없이 간호조무사 단독 행위, 진료 보조로 볼 수 없어"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구청에서 열린 '우리는 한가족 외국인 건강축제'에 참가한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혈을 하고 있는 모습. 2016.06.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구청에서 열린 '우리는 한가족 외국인 건강축제'에 참가한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혈을 하고 있는 모습. 2016.06.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간호조무사에게 환자 체혈을 시켜 업무정지를 당한 의사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닌 '진료 보조'였다며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은 적법할까.

법원은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은 진료보조행위로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의 한 의원 원장인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의료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한달 반(1.5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는 2019년 3월 초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에 갱년기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가 의사가 아닌 부원장이란 직원으로부터 상담과 피검사를 하더라는 내용의 민원이 그해 8월 접수돼 관할 부산진구청의 조사를 받았다.

구청은 3월 초 당시 A씨가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상담실장인 간호조무사 B씨가 대신 환자에 대한 상담과 체혈을 한 것을 확인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발했다.

이후 그해 9월 부산지검이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서 A씨에게 최종적으로 2020년12월31일부터 이듬해 2월14일까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구 의료법(2020년 12월29일 개정) 제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업무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부산진구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냈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0월 기각되기도 했다.

그는 수술을 하던 중 환자가 왔다는 보고를 받은 뒤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의 체혈을 지시했고, 그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A씨 측은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와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며 "이 의료행위는 원고의 지도·감독하에 이루어진 진료의 보조행위이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금덕희)는 지난 2일 A씨가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가 하는 '진료 보조'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체가 된 의료행위를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위치에서 조력하는 행위로,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한 것은 진료보조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어 "이 사건의 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 선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우선 당시 의사인 A씨가 환자를 대면 진료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더욱이 처음 이 의원을 방문한 환자의 상태를 A씨와 간호조무사가 잘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주사기를 통해 하는 체혈은 경우에 따라 감염이나 혈관, 피부조직의 손상 등 생명 또는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체온 측정처럼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의료기술이 없더라도 대상자의 신체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않고 행할 수 있는 행위와는 구분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혈행위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행위"라며 "설령 그것이 검사나 질병 진단등을 위한 부수적인 목적에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환자를 전혀 대면하지도 않은 채 지시만으로 가능한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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