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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어도 서 있어라"...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의자를

등록 2023.03.24 1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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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차이즈 카페, 제과점, 백화점 등 대부분 의자 갖추지 않아

"점주에 의자 비치해달라 했지만 본사 지침 없어 마음대로 못 해"

산업보건안전기준 규칙 "서서 일하는 근로자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손님 없어도 서 있어라"...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의자를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하루에 8시간은 서 있어야 해요, 점심 시간 빼고는 앉아 있지도 못해요."

전북 전주의 한 제과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김모(24·여)씨는 주말 근무시간 9시간 가운데 8시간을 서서 일한다. 그에게 주어진 1시간 남짓의 점심시간이 유일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외 시간에는 손님이 없어도, 할 일이 없어도 서서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말 근무만 끝나면 발바닥 통증에 시달린다.

김 씨는 "장시간 서서 일하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 나면 발바닥에 파스를 붙여 놓을 때가 많다"며 "근무 공간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가 없어서 잠깐씩 매대에 기대있는 게 유일한 휴식"이라고 토로했다.

서비스직 근로자의 '앉을 권리'가 잊혀져 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근로자의 앉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산업보건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의자의 비치)에는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렌차이즈 카페, 제과점, 백화점 등에는 여전히 의자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패스트푸드가게에서 일을 하는 A(25)씨는 "점주에게 손님이 없을 때만이라도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비치해달라 요청했지만 '본사의 지침이 없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지금까지 프렌차이즈 업체 3곳에서 일을 했는데 의자가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근로자의 기본적인 복지조차 지키지 못하는 업체가 수두룩한데 주 69시간 근무를 추진하는 정부를 보면 한숨 밖에 안나온다"며 "작은 가게는 인력이 부족해 마음대로 휴가도 쓰지 못한다. 근무시간 개편에 앞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앉을 권리'는 서비스직 근로자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주로 서서 일하는 마트 노동자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근골격계실태조사 결과 85.3%가 일주일 이상 근골격계 질환 증상이 지속되거나 한 달에 한번 이상 반복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서비스직 근로자들도 앉아 있을 권리가 있다. 근로자들이 앉아 있으면 일을 안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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