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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 올수리 6000만원 '훌쩍'…자잿값 급등에 업체도, 손님도 '비명'

등록 2023.03.25 06:00:00수정 2023.03.25 11: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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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급등→목재·창호 원자잿값·운송비 치솟아

부동산 거래 절벽 지속…인테리어 업계 수익성 악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9일 서울 세택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싱크대 색상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건축자재전, 인테리어전, 전원주택전, 조명·조경산업전, 냉·난방기자재전, 주택자동화전, 보안 및 방범기자재전, 건축정보전 등으로 이루어지며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2023.02.0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9일 서울 세택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싱크대 색상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건축자재전, 인테리어전, 전원주택전, 조명·조경산업전, 냉·난방기자재전, 주택자동화전, 보안 및 방범기자재전, 건축정보전 등으로 이루어지며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2023.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인테리어 견적이 너무 비싸서 결국 도배와 장판만 하고 들어가기로 했어요."

최근 서울 동작구의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사들인 최모(46)씨는 '올수리' 후 입주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여러 인테리어 업체에서 받은 견적이 예상 비용을 훨씬 초과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업체마다 조금 다르지만, 올수리를 하는데 3.3m²당 200~300만원 수준이었다"며 "인테리어 비용이 부담돼 도배나 장판 등 꼭 필요한 것들만 시공해 비용을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주택 인테리어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인해 인테리어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인테리어 견적 비용 부담을 호소하거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 업체에 대한 문의하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올 들어 원자잿값이 또 오르면서 업체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원유와 시멘트, 목재, 철근 등 기초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인테리어에 필요한 자잿값과 인건비까지 덩달아 치솟고 있다. 원유값이 오르면서 인테리어에 필요한 페인트와 페인트 도장 제품, 필름 등의 가격이 도미노처럼 상승하고 있다. 또 목재 값이 오르면서 인테리어 시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각종 토목공사 비용이 상승했다. 여기에 운송비와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인테리어 비용이 상승하는 구조다.

인테리어의 주요 원자재인 목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산림청과 대한목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목재제품의 수입단가는 전년 동월 누계 대비 합판이 5.3%, MDF가 6.4%, 칩(펠릿)이 35.1%, 단판이 0.1% 상승했다. 또 지난해 3월 기준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1㎥당 최대 9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년도 같은 기간 1㎥당 54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가격이 60% 이상 급등했다. 특히 치솟은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목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에서 비중이 높은 창호값도 고공행진이다.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창호값은 최근 1년 새 30∼50% 올랐다. 창호 주원료이자 석유화학 제품인 PVC 가격이 유가 상승 여파로 60%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배럴당 80달러 선이던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이 기간 원유 정제 원료를 쓰는 페인트는 20~30%, 바닥재는 8∼10% 올랐다.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거래에 영향을 받는 인테리어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주택 거래량은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주택 거래량은 총 5만4000건으로, 전년 동기 9만5000건보다 4만1000건(43.1%) 감소했다.

특히 원자잿값 인상으로 시공비 단가가 높아졌으나, 수요가 없다보니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인테리어 업계의 전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55)씨는 "목재부터 페인트까지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로 모두 올랐다"며 "봄 이사철에는 인테리어 관련 문의와 계약이 많은 편인데, 올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불과 2년 전 만에 해도 기본만 하는 소위 세입자용 인테리어 비용이 평당(3.3m²당) 100만원 안팎이었는데, 이제는 최소 200만원이 넘는다"며 "원자재값부터 인건비와 운송비 같은 고정비도 올랐는데, 오른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테리어 타일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강모(36)씨는 "지난해부터 타일값이 급등하면서 가격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침체라 인테리어 업체들이 주문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으면서 타일들이 창고에 그대로 쌓여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른 인건비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배와 창호, 타일 등을 시공하는 기술자 인건비가 20~30% 가까이 올랐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 수요가 폭등하면서 도배나 창호 등을 시공하는 기술자들의 인건비도 꾸준히 올랐다"며 "원자재값부터 인건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가 없다 보니 일감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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