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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둔촌주공 완판 '씁쓸한 뒷맛'

등록 2023.03.27 12:54:57수정 2023.03.27 13: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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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둔촌주공 완판 '씁쓸한 뒷맛'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내는 상황에서도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마포더클래시, 장위자이레디언트 등 서울 분양단지들이 줄줄이 완판 행진을 하고 있다. '저 돈 주고 들어가겠나'라는 말이 나오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들이다.

'둔촌주공일병 살리기'로 요약되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인 이 단지는 규제지역 해제, 중도금 대출 규제 해제, 무순위 청약 조건 완화 등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철폐로 구사일생했다.

둔촌주공의 사례를 보면 우선 서울 강동구가 규제 지역과 분양가 상한제에서 해제되면서 기존 8년이던 전매제한기간이 1년으로 줄었고, 실거주 2년 의무도 없어졌다.

이와 더불어 중도금 대출 금지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전용면적 59㎡도 대출이 가능해졌고, 가격에 따른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정이 아예 해제되면서 기존 분양 단지에도 소급 적용돼 전용면적 84㎡의 수분양자도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낼 수 있게 됐다. 올해 서초구 방배6구역, 잠원동 신반포22차 등 분양가가 비쌀 것으로 전망되는 강남권 분양이 연이어 예정돼 있는데, 이들 단지도 수혜를 입는다.

주택시장에서 거래 빈도가 낮은 소형평수  29㎡ 2가구, 39㎡ 638가구, 49㎡ 259가구 등 899가구는 '줍줍'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털어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청약자 본인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본인과 가구 구성원 모두 무주택자여야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타지역에 사는 유주택자도 '줍줍' 행렬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사라지면서 청약 수요는 서울로 몰리는 분위기다. 그러는 사이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 분양단지들은 수요자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왕이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서울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단지 평균 청약경쟁률은 5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3대 1, 4분기에는 6.7대 1에 그쳤었다. 반면 경북(0.7대 1), 제주(0.2대 1), 전북(0.2대 1), 전남 (0.1대 1), 대구(0.1대 1) 등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전 정권의 비정상적 규제를 되돌려 놓는 과정이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서울 청약시장은 '대박', 지방은 '쪽박'이 될 것이 뻔한 규제 완화였다. 정부가 '서울공화국'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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