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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경쟁'보다 '협력'으로 가야

등록 2023.04.24 17:58:57수정 2023.04.24 18: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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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경쟁'보다 '협력'으로 가야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이기는 싸움만 해온 만큼, 어려움은 당분간 더 클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산업에서 30년째 1위를 하고도,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왜 고전할까.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관전평을 남겼다. 양 산업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제품이기 때문에 싸게 많이 만들어서, 시장 상황에 맞게 판매하면 된다.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를 통해 기존 제품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이른바 '초격차' 전략이 통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파운드리라는 업(業)의 본질은 '협력'에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TSMC의 역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이미 '고객과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철학은 업계 누구나 알고 있는 금언이다. TSMC를 비롯한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IP(설계자산)·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후공정 생태계를 꾸리고 오랜 기간 협력을 통해 성장해왔다. TSMC가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찾는 반도체 '맛집'이 된 것도 이를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미 고객사 입장에서 TSMC는 대체 불가능할 정도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에게 중국에 의한 대만해협 위협에 대한 대비책을 묻자 "플랜B는 없다. 모든 것이 TSMC 어깨 위에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TSMC는 이 같은 고객사와 신뢰를 통해 장기 계약을 이어가며, 메모리 불황기를 틈타 지난해 3분기 이후 삼성전자를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가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파운드리 사업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2차례의 '치킨게임'을 통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살아 남았다. 하지만 파운드리는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하다. 언제 적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상대와 손을 잡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TSMC를 잡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제조, 패키지·테스트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독불장군’ 같던 삼성전자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무엇보다 고객과 경쟁한다는 삼성전자의 억울한 의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팹리스(설계)와 경쟁하면서,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대한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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