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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숨은 에이즈 감염 늘었는데‥보건소 검사 언제 재개?

등록 2022.05.02 11:17:36수정 2022.05.02 14: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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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첫 해 HIV 신고건수 급감

보건소 검사 59% 줄어든 탓

보건소 신속항원검사 중단

"HIV 검사 재개 시급"

예방정책 필요 목소리 잇달아

"콘돔사용, 예방요법 중요"

HIV 검사 가능한 서울시 보건소 (2022.4.11. 기준) *재판매 및 DB 금지

HIV 검사 가능한 서울시 보건소 (2022.4.11. 기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HIV(에이즈) 감염 관리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11일부터 보건소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되고 18일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보건소의 업무 재개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보건소는 HIV 감염 관리의 요충지다. 코로나19 발발 전 2019년 HIV·에이즈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신규 HIV 감염인 신고자 가운데 10명 중 3명(30%·367명)이 보건소를 통해 파악된 감염자였다. 이는 보건소에선 무료·익명 검사가 가능해서다. 서울 소재 보건소는 무료로 익명 HIV 검사가 가능하고 20분만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 검사도 가능해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소 업무가 마비되면서 HIV 감염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실제로 뉴시스가 지난 4월 11일 실시한 서울 소재 25개 보건소 조사에서는 강남구, 강북구, 관악구, 종로구, 중랑구 등 5개 보건소에서만 HIV 검사가 가능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만 시행하고 있어서 HIV 검사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보건복지부 공문이 있어야 공식적으로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HIV 검사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40만건 시행됐으나 유행 첫 해 59.4%나 대폭 감소해 18만건으로 떨어졌다. 지난 3년간 검사가 감소하면서 국내 HIV 감염인 수도 크게 줄었다. 국내 HIV 신고 현황에 따르면 국내 HIV 누적 환자는 2019년 1006명, 2020년 818명, 2021년 734명으로 2년만에 26%나 감소했다.
최근 3년간 국내 HIV 누적 환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3년간 국내 HIV 누적 환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심각한 것은 줄어든 감염 건수 가운데에서도 이미 질병이 진전된 HIV 양성을 확인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통상 HIV는 혈액검사를 통해 CD4+T세포 수 값(200cells/㎕)을 기준으로 진단된다. 신규 감염 내국인 역학조사 결과 CD4+T세포 수 200cells/㎕ 미만이 2018년 49.1%, 2019년 41.7%, 2020년 49.2%로 나타났다. 이 세포 수가 진단 당시 200 미만이면 질병이 진전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장기 예후가 좋지 않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대응팀 김연재 팀장(국립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은 “코로나19 대유행 3년 동안 코로나 대응 중심의 보건소 업무로 HIV 검사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보건소 업무 정상화를 서둘러 HIV 진단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단되지 않은 HIV 감염인이 조기에 치료받지 않을 경우 면역저하로 인해 심각한 에이즈 관련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고 장기예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또 진단을 받지 못한 소위 ‘깜깜이 HIV 감염인’은 HIV 유행 억제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지했다.

전문가 "보건소 HIV 검사 재개 시급…적극적인 예방 속도 내야"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HIV 검사 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유럽은 코로나19로 인해 HIV 검사 감소 및 공중 보건의 역량 제한으로 검출이 적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은 신규 HIV 진단 건수가 33%나 줄었다.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는 작년 12월 조정이사회에서 코로나19로 대다수 회원국에서 HIV 예방·치료 서비스, 등교, 폭력방지 교육 프로그램 등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또 각국의 의료 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HIV 의료 서비스를 단순하게 재편할 필요를 강조했다.

김연재 팀장는 “글로벌 HIV 치료 패러다임은 ‘치료가 곧 예방’이다. HIV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타인에게 전파 위험도 낮추고 감염인 본인의 건강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며 “보건소의 HIV 검사 활성화를 통해 감염인을 보다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소 HIV 검사 재개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HIV 예방 정책 등 보건당국이 필요한 행정조치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HIV 검사가 필요한 경우 병·의원, 자가검진키트를 통해 검사할 수 있다. 또는 검사가 가능한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 신속, 익명 검사가 가능하다. HIV 예방을 위해서는 콘돔 착용과 고정된 성 파트너와의 안전한 성관계, 정기적인 HIV 검사와 HIV-1(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노출 전 차단요법(HIV 예방 요법·PrEP)으로 예방할 수 있다. HIV 검사를 통해 양성인 경우 즉시 병원 진료를 통한 치료제 복용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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