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상화, 세계 빙속 역사에 새긴 거인의 족적
올림픽 2연패·평창올림픽 은메달
세계기록 4차례 경신, 여전히 세계기록 보유자
이상화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직후 "능력이 있다면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2년 더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2019시즌 대회에 한 차례도 참가하지 않은 이상화는 결국 은퇴를 결심, 10일 이 사실을 밝혔다.
휘경여고 재학 시절인 2004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상화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6세이던 2005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딴 이상화는 첫 올림픽 무대인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해 5위를 차지, 한국 빙속계를 설레게 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정상급과 격차가 있었지만, 이상화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세계적인 여자 단거리 최강자로 올라섰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
하지만 이상화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당시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볼프를 제치고 금메달을 품에 안는 이변을 일으켰다.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이후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이상화는 다시 일어섰다.
2012년부터 이상화는 세계 여자 단거리 무대를 지배했다.
이상화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을 기록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 역사상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카트리오나 르 메이돈(캐나다)과 보니 블레어(미국), 그리고 이상화 뿐이다.
소치올림픽 이후에도 이상화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2016년 금메달, 2017년 은메달을 따는 등 강자의 면모를 이어갔다. 2016년부터 기량이 급성장한 '늦깎이 스타'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견제 속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블레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를 노리던 이상화와 숙적 고다이라의 정면 승부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창올림픽 당시 레이스를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팬들의 환호에 답하며 빙판을 돌던 이상화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위로한 고다이라가 나눈 '우정의 포옹'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기록을 살펴봐도 이상화가 쌓아올린 업적은 화려하다.2005년 이후 세워진 여자 500m 한국기록은 모두 이상화의 발끝에서 탄생했다.
이상화는 2013년 1월 2012~2013 ISU 월드컵 6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한국기록을 36초99까지 앞당겼다. 위징(중국)이 보유하고 있던 당시 세계기록 36초94와는 불과 0.05초 차였다.
한국기록을 따지는 것이 의미없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상화는 바로 다음 날 2012~2013시즌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80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2013~2014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가 개막한 이후에는 이상화의 세계신기록 행진이 이어졌다.
이상화의 등장 이후 여자 500m 세계기록은 가파르게 단축됐다. 2001년 르 메이돈이 37초22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후 11년간 4차례 세계기록이 바뀌었는데 단 0.26초가 줄었다. 이상화는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홀로 세계기록을 0.58초나 앞당겼다.
이상화가 기록한 36초36의 세계기록은 5년이 지난 현재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은퇴를 결심한 이상화를 바라보는 선배들의 마음 속에서는 고마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이상화와 남매처럼 지내 온 이규혁도 "이상화가 너무 빨리 은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메달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한다면 스피드스케이팅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선배로서 더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선수 시절 단거리 스타로 활약한 이강석 의정부시청 코치도 "큰별인데 운동을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후배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규혁은 "이상화가 제2의 인생도 잘 해나가길 바란다"고 성원했다. 제갈성렬 감독은 "은퇴 후에도 후배를 위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강석 코치도 "걸출한 스타였던 만큼 후배 양성에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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