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 이적' 황인범 "대전, 집 같은 곳…성장해서 돌아오겠다"
대전 영구결번자 김은중 코치 예로 들며
"더 성장해서 돌아오는 것이 목표" 다부진 각오
【대전=뉴시스】김동현 기자 = 황인범이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적 미디어데이에서 김호 대전 사장에게 상을 받고 있다.
황인범은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MLS 진출 공식 미디어데이에 출석, MLS 진출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대전 구단은 집 같은 곳"이라면서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더 멋진 모습으로 이곳에 돌아올 수 있도록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대전의 유일한 영구결번자(18번)인 김은중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를 예로 들면서 "김은중 코치가 은퇴 경기를 하는 걸 보면서 '저런 모습이 선수로서 성공의 길이 아닐까' 싶었다"면서 "나중에 돌아올땐 김은중 코치보다도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6번이라는 등번호가 영구결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럽 구단의 제의를 거절하고 밴쿠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구단에 대한 보은"이라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제 꿈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대전의 기준도 있다. 그 기준에 맞춰줄 수 있는 팀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밴쿠버가 저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여기서 잘하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 밴쿠버에서 뛴 적이 있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으로부터도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황인범은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이고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연락드리기 어려운 대선배님이신데도 친절하게 유럽 이적이나 미국 무대에 대해 설명을 잘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황인범 대전시티즌
황인범은 대전광역시에서 태어나 대전의 유소년 시스템(유성중, 충남공고)을 거쳐 지난 2015년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에 신인 우선지명으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부터 대전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지난해에는 아산 무궁화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병역 특례로 조기 전역해 대전으로 복귀했다. 통산 기록은 106경기 출전 16골 13도움이다.
그가 이적하는 밴쿠버는 2018시즌 MLS에서 승점 47(13승13무8패)로 서부 콘퍼런스 8위, 리그 전체 14위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가대표 출신 센터백 김기희가 뛰고 있는 시애틀 사운더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팀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인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다음은 황인범과 일문일답.
-이적하는 소감은.
"대전을 떠나기 위해 앉았다. 먼훗날 대전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 반드시 돌아오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더 멋진 모습으로 여기에 돌아올 수 있도록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
-유럽 리그에서도 제의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는.
"유럽에서도 관심이 있었고 오퍼가 온 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제 꿈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단의 기준도 있기 때문에 저도 그 기준에 맞춰줄 수 있는 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밴쿠버는 간절하게 원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팀에 가서는 실패할 확률이 적을 것이고 더 한 단계 높은 팀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의 목표가 있다면.
"생각을 할 시간과 휴식을 취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앞으로 경기력 면에서 향상할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어적인 면에서 적응하는 게 목표다. 대전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하고 싶다."
-밴쿠버는 이영표가 뛴 팀이다. 또 MLS에는 김기희(시애틀 사운더스)도 있는데 이들에게 조언을 들은 부분이 있는지.
"김기희 선배는 아직 뵌 적이 없다. 개인적인 연락을 한 적도 없다. 이영표 선배는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대선배님이시고 연락을 드리는 것도 어려웠는데 굉장히 잘해주셨다. 친절하게 유럽 이적이나 미국 이적에 대해 설명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했다."
-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에게 조언을 들은 게 있는지.
"조언을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없다.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 두 분이서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조언은 없었다."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더 높은 무대로 가는 상황이다. 선수로서 자기가 더 힘들게 경험할 수 있는 리그로 가서 부딪쳐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느꼈지만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확실하게 쌓아 놓고 하고 싶다.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봤기 때문에 가서 경기에서 실천을 하고 싶다."
-출국은 언제인지.
"15일에 출국한다."
-팬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대전에 대해 쓴 부분이 있었는데.
"구단 분들은 제가 아직 어려서 모든 부분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22년의 시간 동안 대전이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 팬 입장에서 잘 알고 있었다. 경영면에서 건강함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번 이적으로 대전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과연 윈-윈이 될 수 있는지, 구단이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그 예산이 대전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대전 구단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은데 의미는.
"집. 집이다. 아산에 다녀온 10개월이란 시간이 길다면 긴데 돌아왔을때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밴쿠버 팬들도 나를 사랑해주실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고 또 증명하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 전에도 생각은 했지만 김은중 코치님을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선수로서 저런 모습이 성공의 길이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돌아올땐 욕심을 내보자면 김은중 코치보다 더 성장해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6번이라는 등번호가 영구결번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동료들이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고종수 감독님께 죄송한 부분이 정말 많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아직까지도 연락을 못 드렸다. 고종수 감독님이 3개월이란 시간동안 주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정말 감사하고 그래서 더 죄송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때 저를 출전시키지 않으신 결정을 보고 선수로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선수를 아껴주시는구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였고 모두의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님이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고 출전시키지 않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이 지도자를 100%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 모두 샀을 것이다. 선수 뿐만 아니라 팬들의 사랑도 필요하다. 이번 시즌만큼은 고종수 감독님을 포함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셨으면 좋겠다."
-밴쿠버 경기를 본 적이 있는지. 도스 산토스 감독은 어떤 주문을 했는지.
"감독님께선 메시지를 통해서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고 문자가 왔다. 팀이 생각하는 목표를 알고 싶고 추구하는 바를 알고 싶다고 했더니 4-3-3 기반의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진출과 캐나다컵 대회 우승이 목표라고 하셨다. 경기 영상은 이제 차근차근 볼 생각이다. 어제 일본팀(나가사키)과 친선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를 보면서 제가 들어갔을때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하는지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갤럭시) 등 세계적인 선수들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해외 축구를 보면 그런 선수들이 티비에 많이 나왔다. 당연히 기대된다. 그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어 기쁘다."
-기성용(뉴캐슬)의 후계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 미국에서 왔다갔다 비행시간도 만만치 않을텐데.
"(기성용 후계자는)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수식어다. 제가 꼭 그 자리에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은 선수가 있다면 경쟁을 통해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들어가면 된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비행 시간인데. 비행 시간은 유럽에 있는 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유럽에 갔었어도 비행기는 타야한다.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없다. 그런 부분을 이겨냈을 때 기성용이나 구자철 같은 레전드들에게 근접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
-MLS엔 인조잔디가 많은데. 어떤 선수들은 인조잔디에선 뛰지 않는다고 한다.
"최대한 많이 뛰고 싶다. 어차피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맨땅에서도 해봤다. 인조잔디에서 했기 때문에 다쳤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부상 방지에 필요한 보강 운동을 더 한다면 괜찮으리라 본다. 인조잔디에서 뛰는 걸 두려워하는 선수가 있다면 제가 더 기회를 많이 받았으면 싶다."
-등번호는 몇번인가.
"6번을 여쭤봤는데 30살 넘은 형님이 차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4번을 달았다. 기성용 그리고 좋아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등번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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