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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캐디 예우 외쳤지만 한쪽에선 "일 그따위로" 폭언

등록 2022.10.12 14: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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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선수 캐디에 트로피

캐디, 골퍼들 폭언·무시·비신사적 행위 시달려

폭언 시달린 캐디 극단 선택 사례도 발생해

특수고용직인 캐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영수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2022.10.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영수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2022.10.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골프계가 골프장 경기보조원인 '캐디'를 예우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상급 선수가 캐디에게 욕설을 하는 등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까지 인천 연수구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2 제네시스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캐디 예우가 화제였다.

주최사인 제네시스는 우승 선수 캐디에게도 캐디 트로피를 전달했다. 우승자 김영수는 물론 캐디 김재민씨에게도 같은 디자인의 트로피가 주어졌다.

제네시스는 또 지난해 대회부터 국내 최초로 캐디가 착용하는 조끼인 캐디빕(조끼)에 선수와 캐디의 이름을 표기해 캐디를 예우했다. 이 외에 캐디 전용 라운지가 설치됐으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캐디를 따라다니며 지원하는 '로봇 캐디'도 운영했다.

지난해 연말 2021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캐디상 수상 부문이 신설됐다. 올해의 캐디상은 한 시즌 동안 꾸준하게 대회에 참가하며 선수의 성적에 높은 기여를 한 캐디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지난해 올해의 캐디상은 함정우(28·하나금융그룹) 캐디인 김용현(43)씨가 수상했다.

선수들도 캐디 예우를 외치고 있다.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1위인 서요섭(26·DB손해보험)은 "선수 입장에서 캐디는 옆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나 같은 경우 경기를 할 때 캐디와 자주 상의한다"고 말했다.

[춘천=뉴시스]25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에서 열린 KLPGA투어 한화클래식 1라운드에서 김다은2 선수의 캐디가 러프에 서 있다. 2022.08.25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뉴시스]25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에서 열린 KLPGA투어 한화클래식 1라운드에서 김다은2 선수의 캐디가 러프에 서 있다. 2022.08.25 *재판매 및 DB 금지

캐디는 골프 코스 특성 설명, 안전 관리, 앞 팀과의 거리 유지 관리, 클럽 전달과 관리, 친 공의 위치 확인, 거리 정보 제공, 퍼팅 라인 안내, 그린에서 공 닦기, 스코어 정리, 카트 운전 등을 수행한다.

일반 골프장에 소속돼 플레이어를 따라 다니면서 클럽을 운반해 주며 코스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논하는 캐디를 하우스캐디(House Caddie)로 부른다.

포어 캐디(Fore Caddie)는 대회 때 공 낙하지점에 서서 공 방향을 확인하고 갤러리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티샷 낙하지점 전방에 서 있는 캐디다.

토너먼트 프로에 고용돼 함께 투어 생활을 하는 캐디를 프로페셔널 캐디(Professional Caddie)라고 한다.

이처럼 캐디 예우를 외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캐디에게 폭언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5일 경북 칠곡 파미힐스CC에서 열린 2022 DGB금융그룹 오픈 파이널라운드, 김한별이 7번홀에서 버디퍼팅 실패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2022.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5일 경북 칠곡 파미힐스CC에서 열린 2022 DGB금융그룹 오픈 파이널라운드, 김한별이 7번홀에서 버디퍼팅 실패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2022.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골퍼 김한별(26·SK텔레콤)은 경기 도중 골프채를 부러뜨리고 캐디에게 폭언을 해 처벌을 받게 됐다.

김한별은 지난 2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KPGA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도중 4번홀에서 포어 캐디에 욕설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어 캐디는 낙구 지점 주변에 머물며 공이 떨어진 위치를 알려준다.

김한별은 4번홀에서 친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으로 사라지자 잠정구를 친 뒤 원구를 찾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한별은 현장에 있던 포어 캐디에게 "교육을 안 받았냐", "돈 받고 일하는데 일을 그 따위로 하냐 이 XXX이" 등 욕설을 동반한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별 사례처럼 현장에서 활동하는 캐디들은 골퍼들의 절제되지 못한 언행과 폭언, 무시, 비신사적 매너 등을 어려운 점으로 꼽고 있다.


[털사=AP/뉴시스] 저스틴 토머스(미국, 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 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연장 끝에 윌 잘라토리스(미국)를 물리치고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토마스는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로 잘라토리스와 동타를 이뤄 3홀 서든데스 연장 끝에 우승,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고 PGA 투어 통산 15승째를 기록했다. 2022.05.23.

[털사=AP/뉴시스] 저스틴 토머스(미국, 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 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연장 끝에 윌 잘라토리스(미국)를 물리치고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토마스는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로 잘라토리스와 동타를 이뤄 3홀 서든데스 연장 끝에 우승,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고 PGA 투어 통산 15승째를 기록했다. 2022.05.23.

폭언에 시달린 캐디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캐디 배모씨는 2019년 7월 경기 파주 한 골프장에 입사한 후 관리자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다. 관리자는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너 때문에 뒷사람들 전부 다 망쳤다", "그렇게 먹으니까 살찌는 거야" 등 발언을 했고 배씨는 이에 항의하다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이후 배씨는 지난해 9월 27세의 나이로 숨졌다.

배씨 유족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만,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가해자 징계 등)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직접적인 적용은 곤란하다"며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씨를 비롯한 캐디들은 손님에게 수고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골프장 측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일해왔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가해자가 특수고용 노동자를 지휘·명령하는 특수관계인일 때를 감안한 처벌 조항이 없다.

캐디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컨트리클럽·골프장을 가리키는 말)분회는 지난 7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 자회사 '상록골프앤리조트'에 캐디피 인상, 무급 배토 업무 중단, 고객의 성희롱·폭언·갑질로부터의 보호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캐디에게 성희롱 또는 성폭력, 폭언, 갑질 등을 저지른 이유로 골프장 출입이 정지된 고객이 상록골프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다른 골프장에 출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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