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보다 주목 받는 무지개 완장…카타르 인권 문제 부각
카타르 동성애 처벌…유럽 대표팀 주장들 항의
주장들 무지개색 완장 차고 경기장에 나설 듯
외국인 노동자 사망에 일부 대표팀 공개 비난
[도하(카타르)=뉴시스] 백동현 기자 = 19일(현지시간) 밤 카타르 도하 칼리파 거리 인근에서 열린 FIFA 팬 페스티벌(FFF)에서 한 경찰이 탈진이 우려되는 관람객에게 물을 건네고 있다. 2022.11.20. [email protected]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카타르가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국제 사회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최고 사형까지 언도된다. 카타르 국가대표 출신으로 월드컵 홍보대사인 칼리드 살만은 독일 공영언론 ZDF와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유럽 축구선수들이 들고 일어났다. 독일, 잉글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웨일스 등 유럽 9개국 선수단 주장은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로 무지개색 완장을 차기로 뜻을 모았다. 여러 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이른바 원 러브(One Love) 완장이다. 이는 동성애와 성적 자유를 지지하는 문양이다.
이 소식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해당 완장을 차지 말라고 경고했다. FIFA는 경기 중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무지개색 완장을 찰 계획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FIFA가 부과할 벌금을 지불할 태세다.
미국 대표팀은 성소수자(LGBTQ)와 연대 의미를 담은 무지개 문양을 숙소와 훈련장에 내걸었다. 미국 대표팀은 월드컵 기간 동안 기존 문양을 변형한 무지개색 문양을 쓴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문양은 미국 대표팀 훈련장과 기자회견장, 숙소 등을 장식한다. 다만 미국은 경기에서는 기존 문양을 달고 뛸 예정이다.
[도하=AP/뉴시스] 월드컵 개막 앞둔 카타르 모습. 2022.11.20.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신규 경기장 7개를 짓고 공항·철도·도로와 호텔을 대규모로 신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천명이 숨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 국제엠네스티는 2010~2019년 카타르에서 사망한 이주 노동자가 총 1만5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대표팀은 공개적으로 카타르 인권 상황을 비판했다.
호주 대표팀은 월드컵 출전국 중 가장 먼저 카타르 인권 상황을 비판했다. 호주 대표팀은 외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와 동성애 범죄 취급 반대 등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프랑스는 카타르 인권 상황에 항의하기 위해 파리, 릴,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에 응원 공간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하=AP/뉴시스] 월드컵 개막 앞둔 카타르 모습. 2022.11.20.
그러자 유럽 10개국 축구협회는 공동 성명에서 "인권은 보편적이고 어디에서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축구가 지속 가능하고 진보적인 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응수했다.
FIFA는 개막과 함께 논란이 일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카타르를 향한 비판을 이해하기 어렵다. 개혁과 발전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더 나은 미래와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카타르는 준비가 됐고, 역사상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다. 카타르를 비난하지 말고, 부디 전 세계 사람들이 월드컵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타르 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이번 월드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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