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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헬기사고…경기지역 임차헬기 절반 '30년 넘은 노후기종'

등록 2022.12.13 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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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임차헬기 20대 중 20년 넘은 기종 90%

제작한 지 40년 넘은 기종도…최고령 1971년산

전문가들 "안전 위한 세밀한 점검 필요"

[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23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2.05.23. jtk@newsis.com

[이천=뉴시스] 김종택기자 = 23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2.05.23.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최근 강원 양양에서 산불 예방 비행 중이던 노후 헬리콥터가 추락해 5명이 사망한 가운데 경기지역에서 운용 중인 임차 헬기의 절반이 30년 이상 된 노후기종으로 확인됐다.

제작한 지 40년 넘은 기종도 있어 철저한 점검과 정비 기준을 마련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시·군 임차 헬기 50% 기령 30년 이상

12일 경기도, 각 시·군 등에 따르면 올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5개 시·군(공동운용 포함)이 산불 예방 계도·감시 및 진화용 헬기 총 20대를 민간 헬기업체 8곳에서 임차했다.

통상 봄철 2월1일~5월15일·가을철 11월1일~12월15일 산불조심기간에 임차하지만 지역별 임차 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예산은 도비와 매칭해 4억 원~6억 8000만 원 사이로, 임차 기간이나 담수량에 따라 다르다.

뉴시스 취재 결과 20대의 헬기 가운데 50%인 10대는 30년 전인 1992년 이전에 만들어진 기종이다.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기종은 전체의 90%인 18대다.

가장 오래된 기종은 안산시가 올해 2월1일~5월31일, 11월1~11일 예산 4억 원(도비 포함)을 들여 임차한 BO105S이다. 1971년 러시아에서 제작된 기종으로, 운행한 지 50년이 넘었다.

그 다음으로는 과천시·안양시·군포시·의왕시가 함께 4억 원(도비 포함)을 들여 공동 임차한 H369D로, 1979년 제작돼 기령이 43년에 달한다. 또 파주시가 임차한 AS350B2는 42년, 가평군이 임차한 S-76은 41년 된 헬기다.

또 이천시 BELL206L(39년), 평택시 BK117B-1(33년), 여주시 AS350B2(30년), 시흥시(광명·부천) AS350B2(30년), 연천군 BELL206L3(30년), 남양주시 AS-350B2(30년) 등도 30년 넘게 하늘을 날고 있다.

최신형 기종은 양평군에서 임차 운용 중인 AS350B2(2013년 제작)다. 성남시가 임차한 BELL407도 2010년에 제작된 기종으로 비교적 최신형에 속한다.

그 밖에 ▲고양시 29년(S-76B) ▲안성시 27년(AS350B2)  ▲포천시 27년(BK17B-1) ▲광주시 25년(BO105S) ▲용인시 25년(AS350) ▲화성시 21년(AS350B2) 등이다.

[양양=뉴시스] 김경목 기자 = 27일 오전 소방관들이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숲속에 추락한 민간 헬리콥터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양양군청 제공) 2022.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양양=뉴시스] 김경목 기자 = 27일 오전 소방관들이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숲속에 추락한 민간 헬리콥터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양양군청 제공) 2022.11.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지는 사고…지자체는 여전히 노후헬기 임차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발생한 민간헬기 사고는 총 12건으로, 2013년 3건, 2016년 3건, 2017년 3건, 2020년 1건, 2021년 1건, 2022년 1~7월 1건 등이다. 이 가운데 8건이 사망사고(총 10명 사망)였다.

지난달 27일 강원 양양군에서는 산불예방 계도·감시 비행 중인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헬기(S-58T)는 미국의 항공 회사 시코르스키에서 1975년 제작돼 기령이 47년에 달했다.

노후헬기라도 1년에 한 차례 항공당국에서 항공기의 항공 안정성·신뢰성을 확인하는 '감항(堪航)' 확인만 받으면 운용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 조달청을 통해 계약이 가능하다.

각 시·군에서는 헬기 임대사업을 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 데다 기종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 규모에 맞춰 기종을 선택할 뿐 노후헬기를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시·군 관계자는 "헬기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이나 담수량 등을 고려할 뿐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봄·가을철 지자체에서 빌린 기종을 매년 다시 계약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에 관련 전문가가 없다 보니 임차한 헬기의 유지·관리, 안전 점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헬기 업체에 점검과 관리를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년 넘은 헬기를 임차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오래된 기종은 아니다. 임차하면 업체에서 연료, 정비 등을 모두 맡아서 한다. 지자체에서 서류 등을 확인하더라도 전문인력이 아니다 보니 쉽지 않다. 업체에서도 안전이 중요하니까 더 세밀하게 점검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주기적으로 점검차 나가긴 하지만 업체 소속 정비사가 있고, 거기서 점검과 관리를 모두 맡아서 한다. 조달청 등록 기준이 있을테니 검증된 헬기일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임차헬기를 운영한다. 유지관리는 국가기관 승인을 받아서 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시·군에서는 사실상 용역계약대로 운영하는지 관리만 한다"라고 설명했다.

[양양=뉴시스] 김경목 기자 = 27일 오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숲속에 산불 진화 임차용 민간 헬리콥터 1대가 추락하면서 검은 연기가 목격되고 있다. (사진=양양군청 제공) 2022.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양양=뉴시스] 김경목 기자 = 27일 오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숲속에 산불 진화 임차용 민간 헬리콥터 1대가 추락하면서 검은 연기가 목격되고 있다. (사진=양양군청 제공) 2022.11.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 "안전 위한 세밀한 점검 필요"

법적으로 헬기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고, 노후헬기라고 해서 무조건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노후화에 따른 안전 우려가 남아있는만큼 전문가들은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부품을 교체해서 올드카를 운행하듯 헬기도 엔진 3000시간, 회전날개 2500~3000시간 등 정해진 기준따라 부속이나 장비를 교체한다. 제작한 지 10년 정도 지나면 남는 것은 기체 껍데기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래된 기종은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어 절차대로 업체에서 철저하게 정비해야 한다. 철저한 점검을 위해 헬기를 임차한 감항검사를 할 때 지자체가 함께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항공 전문가를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점검 주기 단축 등 노후기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장은 "헬기사업 자체가 영세하다 보니 인력을 쓰는 데 한계가 있다. 정비, 조종 등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보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공사처럼 엄격한 규정으로 관리가 들어가야하지만,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법적으로만 안전 기준을 판단하긴 어렵다. 규정만 들여다 볼 게 아니라 노후기종에 대해서는 점검주기를 줄이는 등 철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항공기 사고율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큰 사고로 번진다. 안전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실질 운영자인 관에서도 전문가를 두고 관리감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 소방재난본부가 보유한 소방헬기도 3대 있다. 2010년 제작된 아구스타(AW139)와 2001년 기종인 더어핀(AS365N3)·까모프(KA-32T) 등이다.

소방본부는 장시간 운용에 따라 기령이 21년 된 더어핀·까모프 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도비 100억 원을 새해 예산에 편성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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